
모든 관계의 출발, 상대성 원리
최근 떠맡은 역할 덕분에 교수나 전문가에게 전화해야 할 경우가 많다. 오랜만에 연락할 때면 나도 모르게 평소보다 밝고 큰 목소리로 안부부터 묻는다. “교수님, 그동안 무탈하셨나요?” 그런데 돌아오는 상대방의 목소리가 당혹스럽다. 모기만한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지금 세미나 중인데요, 나중에 통화하면 안 될까요?” 대답한다. 영문도 모르는 채 나도 한껏 목소리를 낮추고 “그럼 마치고 연락 부탁드려요.”하고 덩달아 속삭인다. 전화를 끊고 나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툭 튀어나온다.
상대방이야 크게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 작게 말한다지만, 나는 전혀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어째서 똑같이 속삭였는지 어이가 없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를 배웠을 때의 심오함은 아니지만, 우리가 겪는 세상살이의 지극히 당연한 상대성 원리를 진지하게 톺아보게 된다. 다툴 때 서로 목소리가 점점 커지며 흥분하는 경우가 그렇다. 반면에 상대방의 가슴 아픈 사연을 듣거나 슬픔을 나눌 땐 서로 목소리가 작아지기 마련이다. 대화의 종류에 따라 서로 똑같이 반응하는 것은, 결국 모든 관계의 출발이 나 자신에서 비롯될 수도 있다는 진실을 보여준다.
상대방에게서 부드러움을 원하면 내가 먼저 부드럽게 시작하면 된다. 내가 부드러운 목소리를 내면 상대방도 본능적으로 자연스럽게 부드러운 목소리를 낸다. 하지만 종종 이런 단순한 이치를 망각하고, 우리는 상대방의 목소리만 트집 잡고 불필요한 갈등과 오해만 차곡차곡 마음에 쌓아가며 고통받곤 한다. 누구나 행복한 대화를 원한다. 여러분은 마음만 먹으면 행복한 대화를 나누기 쉽던가? 하지만 그 시작이 자신으로부터 비롯된다는 목소리의 상대성 원리를 발견하는 일이 생각보다 녹록지 않다.

4차 산업시대의 상대성 원리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일자리에서도 상대성 원리가 크게 부각됐다. 기업 입장에서는 스마트팩토리를 비롯해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메타버스, 디지털 트윈, 예지보전, 자율주행 등 직원들이 기존 일자리를 걱정하게 만드는 신기술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탄소중립, ESG 경영,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을 숨 막히게 하는 규제도 하루가 다르게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분명히 공평하게 시합해야 할 운동장이 한쪽으로 심하게 기운 형상이다. 심판은 공정하게 경기를 운영해야 하는데 자신이 선수로 나가 열심히 뛰고 있는 모습이다. 경기를 마치고 보면 너무 웃길 듯하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기업의 힘이 곧 국가경쟁력이라는 거다.
그럼에도 일자리의 총량에는 큰 차이가 없다. 기존 일자리가 없어지는 만큼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일자리는 DNA(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 기반의 ICT융합기술의 활용 분야다. 특히, 고부가가치 신소재 분야의 일자리는 갈수록 경쟁이 심할 수밖에 없다. 간단히 유추해보자.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가는 신산업에는 어김없이 로봇, 드론, 연료전지, 친환경차, 3D 프린터 등이 등장한다. 여기엔 성능 좋고 환경친화적인 신소재 개발 없이는 아무것도 이뤄질 수 없다는 얘기다. 기존에 범용 제품을 생산하던 화학공장이 지금은 죄다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신소재 생산으로 전환되는 이유다. 그래서 산업혁명은 곧 소재혁명이라고 한다.
이젠 생활필수품이 된 자동차를 보자. 화석연료로 운행되는 내연기관 자동차는 곧 사라진다. 환경오염이 없는 전기차나 수소차가, 더 나아가 자율주행자동차가 도로를 점령할 것은 자명하다. 또한, 연비(燃費)가 좋은 차량 경량화를 위해선 지금의 금속 자리에 알루미늄이나 복합소재로 대체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이종(異種) 소재 간에 용접은 불가능하다. 당연히 고성능 점・접착재 개발은 필수다. 그리고 자기치유형 코팅제 상용화도 눈앞에 와 있다. 이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핸드폰이나 디스플레이 등 전자제품이나 가전제품에도 적용된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물론, 가볍고 친환경적인 자동차 내외장재 개발도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 버렸다. 이 모든 것이 고성능 친환경 소재개발이 있어야 가능해진다.

실리콘 분야 역시 성장이 예상된다. 기존 건설 및 산업뿐만 아니라 최근 신재생에너지 및 친환경 기조에 맞춰 전기차와 배터리 분야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메탈실리콘 생산 세계 1위인 중국의 공급 병목 현상은 국내 기업에게 호재로 다가온다. 이에 따라 실리콘 역시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아울러 탄소중립에 따른 규제로 공장 증설도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수요에 비해 부족한 공급으로 실리콘 시장의 호황은 이어질 전망이다. 이렇듯 산업 트렌드 변화에 따른 소재의 변화 역시 두드러지는 요즘, 이른바 소재혁명의 시대의 파도를 타는 것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소재 기술이 곧 기업의 경쟁력, 더 나아가 국가의 경쟁력으로 대변될 수 있는 시대가 되고 있다. 우리가 새로운 소재와 기술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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