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n Tech] ESG 잘하는 것부터 앞서라

ESG는 우리에게 정언명령처럼 다가왔다. 무조건 하는 것이 옳고 하려면 다 잘해야 하는 것, 환경·사회·지배구조 각각 10개 정도 되는 항목을 모두 다 잘해야 하는 숙제처럼 우리 앞에 나타났다. 기업은 규모와 업종이 모두 다르다. 문화도 다르고 지분구조도 모두 다르다. 세상에 같은 기업은 단 한군데도 없다. 대기업 계열사 조차도 독립경영, 자율경영을 하면서 모두 나름대로 컬러를 가지고 자기 분야에서 고군분투 중이다. 그런데 ESG는 한결같이 해야 하는 과목들을 일률적으로 기업들에게 제시하고 있다. 그래서 ESG는 돈을 버는 기회보다는 규제, 리스크, 숙제, 부담으로 작동하고 있다.
기업들도 새로운 문법에 당황하고 있다. 예전에는 돈 잘 버는 우등생만 되면 되었는데, 이제는 ESG를 모두 잘하고 이해관계자를 존중하는 모범생까지 되라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투자자들이 돈을 대주지 않거나 비싸게 제공하는 바람에 기업은 이 숙제를 반드시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여기에 미국의 안티 워크(Anti-Woke)* 운동처럼 ESG에 정치 이념까지 개입하니 기업은 도대체 어디에 장단을 맞추어야 할지 모를 정도다. 바야흐로 ESG 혼란기에 접어들고 있다.

* 안티 워크: 기업이 유사 정부처럼 행동하지 말고 이익에 충실하라는 메시지로, 그간 코카콜라나 디즈니처럼 정치적인 색채를 보인 기업들에 대한 정치인들의 반박과 압력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ESG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ESG도 패션 매니지먼트처럼 한때의 바람으로 지나갈 것이다, 한국의 ESG 전문가가 한국 인구보다 많다더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공급망의 위기가 와서 ESG는 점차 퇴조하고 있다’ 등등의 많은 뉴스들이 연일 나오고 있다. ESG가 옳은 것이니 해야겠다고 ESG 경영으로 태세 전환을 하던 기업들도 잠시 멈칫하게 되었다. ESG를 전가의 보도처럼 생각할 게 아니라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정도 발간하고 멈출까 하는 유혹도 생긴다. 이제 정말 ESG는 지나가는 경영 트렌드일까? 이쯤에서 멈추는게 맞을까? 기업들은 무엇을 해야할까?
기업은 늘 돈을 벌고 수익을 내야 하는 조직이다. ESG가 경영 트렌드이건, 불변의 경영 덕목이던 간에 기업은 급변하는 환경에서 자사의 자원을 최적화하여 돈을 벌어야 하는 숙명을 가지고 태어났다. 필자가 미국에서 MBA를 하던 때에 상법을 배울 기회가 있었는데, 한국에서는 ‘상법(Business Law)’라고 할 것을 그들은 ‘사업을 위한 법적 환경(Business for Legal Environment)’라고 명명하였다. 기업의 앵글에서 경영 환경이 법적이든, 물리적이든, 경제적이든 모두 기업이 이용하거나 극복해야 할 여건이라고 본 것이다. ESG도 그렇다. ESG가 오래갈지 안 갈지 다투는 것은 의미 없다. 지금 ESG가 대세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니 기업도 ESG를 경영환경으로 보아 활용하고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렇다면 기업은 ESG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마이클 포터라는 학자는 늘 ‘경쟁우위(Competitive Advantage)’를 앞세웠다. 기업이 다른 기업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차별화되고 경쟁우위를 지녀야 한다. 경쟁우위란 다른 기업보다 앞서는 경쟁력이고, 기업이 가장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며 확장되는 속성을 지닌다. 지금까지 기업들은 각자 뛰어난 경쟁력, 독보적인 차별화 요소로 생존해왔고, 이는 앞으로도 변하지 않는다. 기업들은 ESG를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SG 시대는 기업이 새로 감안하고 계산할 경쟁 우위 요소로 환경, 사회, 의사결정의 투명성이 도입된 것뿐이다. 자사의 폐기물 처리를 위하여 환경 설비를 자체 제작하여 사용하던 중 성능도 좋고 시장성도 보여 타사에 제품으로 팔게 된 경우가 대표적이다. 자사가 잘 하는 분야에 그간 고려하지 않았던 ESG 요소를 삽입하면 ESG 시대에 걸맞는 제품, 서비스가 나오고 새로운 비즈니스 분야 혹은 비즈니스 모델이 창출되는 것이다. 거기에는 반드시 유엔지속가능발전목표 9번에서 제시한 ‘혁신’도 수반되기 마련이다.

세일즈포스라는 글로벌 클라우드 컴퓨팅 기업이 있다. 이 회사의 핵심 역량은 데이터를 언제 어디서든 트랙킹하고 저장하고 의사결정에 참조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이 회사는 넷제로 2.0 클라우드라는 소프트 웨어로 기업의 탄소배출량을 실시간 트랙킹하고 이를 최종의사결정자가 요약해서 볼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 그 데이터를 검토하다 보면 CEO는 직원들의 출장으로 인한 탄소배출, 공장 가동으로 인한 탄소배출, 폐기물 처리로 인한 탄소 배출 등 기본 데이터를 한눈에 보고 어디가 취약한지 판단하여 경영에 반영할 수 있게 된다. 클라우드 컴퓨팅 회사가 가장 잘 실행할 수 있는 ESG 경영을 세일즈포스는 제품화하여 고객에게 제공함으로써 사회에도 좋은일, 회사에도 좋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혁신적인 기술이다.
어느 회사든 잘하는 분야가 있고, 앞으로 더 잘하고 싶은 시장이 있다. ESG가 옳으냐 그르냐는 중요하지 않다. 이미 중요한 경영 화두가 되었고, 다소간의 조정을 거쳐도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와 지속가능발전이라는 두 바퀴를 가진 자전거는 굴러가기 시작했다. 기업은 이제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부터 ESG를 도입하면 된다. 잘하는 것에 집중하여 더 경쟁우위를 높이는 것, 그것이 투자자들이 바라는 ESG 가치 창출이다. ESG를 실천하는 방법은 ‘잘하는 것’을 제대로 찾는 일이다. 그래서 ESG는 한 부서에 맡길 일이 아니다. 지금 당장 모두 모여 가장 잘 할 수 있는 핵심 역량부터 찾아보자, 거기에 혁신을 더해보자. ESG는 돈 버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문성후 한국ESG학회 부회장

한국ESG학회 부회장, 연세대학교 환경금융대학원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두산그룹, 현대자동차그룹 등에서 24년간 근무하며 CSR 담당, 환경경영보고서 발간, 준법지원 등 ESG 경영을 실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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