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Pierre Auguste Renoir, 1841~1919)는 빛을 머금은 화사한 색으로 행복한 순간을 담아냈다. 기쁨과 평안으로 충만한 르누아르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저마다의 반짝이는 순간이 아른아른 피어올라, 날카롭던 마음의 각이 보드랍게 깎인다.

빛을 포착한 화가 르누아르
인상파를 대표하는 화가 르누아르는 1841년 프랑스의 가난한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첫 직업은 도자기에 무늬를 그려 넣는 일이었다. 일해서 번 돈을 털어 틈나는 대로 미술 교습을 받았고, 이 교습 시간에 모네와 바지유를 만났다. 의기투합한 세 사람은 기존의 회화 규칙을 따르지 않았고, 야외에서 직접 보고 그리는 외광회화(外光繪畵)로 이름을 알렸다. 이들은 빛이 자아내는 미세한 변화에 주목했다. 똑같은 대상도 빛이 어떻게 떨어지느냐에 따라 시시각각 다르게 인식된다. 어디에든 빛이 있으니 매일 마주하는 평범한 풍경도 더없이 근사한 소재였다. 화실 안에 틀어박혀 대상을 모사하는 대신, 르누아르는 자연을 누비며 빛과 함께 움직이는 색채의 미묘한 변화에서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인상을 캔버스에 담았다.

나뭇잎 사이사이로 쏟아지는 생생한 빛줄기, 어느 여유로운 오후의 즐거운 사람들, 경쾌한 선율이 들려오는 듯한 무도회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다. ‘물랭 드 라 갈레트’는 몽마르트르 언덕에 있던 야외 선술집으로, 19세기 말 유명한 사교장이었다. 활기 넘치는 무도회 정경을 고스란히 담기 위해 르누아르는 인근에 아틀리에를 얻고 6개월간 매일 찾아가 수많은 습작을 남겼다. 1876년에 완성한 이 그림은 짧은 붓질로 다양한 색채를 분할하고 윤곽선 없이 하이라이트를 사용했다. 검은색은 쓰지 않고 그림자도 짙은 푸른색으로 표현했는데, 밤늦게까지 야외무대를 밝혔던 흰색 가스등이 눈에 띈다. 부드러운 선과 따뜻한 색으로 춤추는 사람들의 충만한 행복감을 드러냈는데, 무르익은 흥취가 화폭을 넘어 전달된다.
캔버스에서 찾은 낙원: 아름다움은 영원하다
르누아르는 화사한 햇살 아래서 삶의 환희를 만끽하는 인간을 사랑했다. 빛은 한순간도 멈추지 않으며,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 빛이 선사하는 마법에 매료된 르누아르는 변화무쌍한 자연 한복판에서 시간과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찰나를 포착했다. 1841년작 <그네>는 정원에서 담소를 나누는 친구들 사이사이에 빛을 흩뿌려놓았다. 나뭇잎 사이를 통과한 노랗고 파란 햇살이 화폭을 진동시키며 인생의 즐거움을 노래하는 듯하다.

르누아르의 붓은 그늘 속에 숨어있는 한 줄기 빛도 놓치지 않았다. 누구나의 삶에 한 번쯤은 찾아오는 반짝이는 순간. 따스한 햇살이 떨어져 부서지는 그림 속, 인물들의 표정은 마치 행복한 꿈을 꾸는 듯 평온해 보인다. 포근하고 몽환적인 색채로 가득한 르누아르의 그림에는 눈물도 근심도 없이 오직 온화한 행복뿐이어서, 관객의 마음 또한 사르르 무장 해제되고 만다.

고통은 지나가고 아름다움은 남는다
1900년, 프랑스인 최고의 영예로 불리는 레지옹 도뇌르 훈장의 주인공은 르누아르였다. 평생에 걸쳐 그린 5천 점의 그림 중 말년 12년간 그린 작품이 무려 800여 점에 달한다. 노화가의 열정은 여전히 캔버스를 향했지만, 붓을 쥔 손은 관절염과 중풍 탓에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
기실 르누아르는 화폭 밖 세상에 얼마나 많은 비극이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화가였다. 가난 때문에 빈 물감 튜브를 하염없이 짜내면서도, 전쟁에 참전해 둘도 없는 친구를 잃었어도, 손가락 관절이 마비돼 붓을 팔에 묶어 작품활동을 이어갈 때도, 르누아르는 행복한 마음으로 그림을 그렸다. 때로 비현실적이라는 비난을 받으면서까지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그림’을 고집한 이유는 “그림은 사람의 영혼을 맑게 씻어주는 환희의 선물이어야 한다”라는 철학 때문이었다.

화사한 빛과 색채가 어우러진 그림을 통해 르누아르는 평범한 일상에 깃든 소박한 행복을 일깨웠다. 생전 르누아르는 “어차피 언젠가는 떠나야 할 삶이라면 굳이 이 삶을 어두운 색으로 채울 필요가 없다. 그림은 즐겁고 유쾌하며 아름다운 것이어야 한다. 가뜩이나 불쾌한 것이 많은 세상에 굳이 그림마저 아름답지 않게 만들어낼 필요가 있을까?”라고 말하곤 했다. 그의 말마따나 아름다운 시간은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 반짝이는 햇살도 살랑이는 미풍도 영원히 누릴 수 없고, 꽃도 언젠가는 시들게 마련이다. 그 덧없는 이치에 짓눌려 사는 대신, 르누아르의 그림 속 화사한 빛을 머금은 사람들은 “행복의 순간을 차곡차곡 쌓아놓고, 지칠 때마다 반짝이는 추억을 꺼내 보라!”고 말하는 듯하다.
KCC가 제안하는 명화 속 컬러
르누아르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보라색은 파랑과 빨강이 혼합된 색으로, 차분한 안정감과 활기찬 에너지를 모두 갖고 있다. 화려하면서 우아한 무드를 연출하고 싶을 땐 KCC가 제안하는 보라색에 주목하자. 진보라 JM0031는 파동이 긴 빨강과 파동이 짧은 파랑이 드라마틱하게 어우러져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연보라 PL0067는 좀 더 경쾌하고 로맨틱한 무드를 선사한다. KCC 공식 홈페이지와 숲으로 인스타그램에서 다양한 활용 예시를 찾아볼 수 있다.

이전 글
[Green Tech]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을 보장하고 실천하라
다음 글
[KCC 컬러캔버스] 삶과 죽음 사이에 선 인간의 자화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