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컬러캔버스] 삶과 죽음 사이에 선 인간의 자화상

노르웨이 화가 에드바르트 뭉크(Edvard Munch, 1863~1944)는 한평생 불안과 싸우며 절절한 고뇌를 캔버스에 옮겼다. 불안한 마음이 요동칠 때마다 그 감정이 날뛰지 않도록 그림 속에 붙잡아둔 듯하다. 뭉크의 작품이 깊은 울림을 주는 건 그의 삶과 예술이 우리 모두의 생애와 닮아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캔버스로 옮겨진 우울


붉은 노을 아래 절규하는 한 남자. 처절한 감정은 캔버스에서 아름답게 살아나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미술 작품이 되었다. 불안과 공포에 휩싸인 인간의 모습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그림, <절규>(1893)는 실존의 고통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공황발작이 일어나 숨이 쉬어지지 않는 순간을 뭉크는 하늘이 검은 강물을 삼키며 혼란스럽게 요동치는 모습으로 표현했다. 해 질 녘 다리를 건너고 있던 뭉크는 갑자기 대자연에 압도당하는 듯한 극심한 불안을 느껴 난간에 기댔다. 훗날 뭉크는 그 순간을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태양이 지고 있었으며, 나는 멜랑콜리한 기운을 느꼈다. 갑자기 하늘은 피 같은 레드로 변했다. 나는 블루 블랙의 피오르와 도시를 넘어 피처럼 불타는 구름을 보았다.” 잊을 수 없었던 이 경험을 뭉크는 강렬한 색과 공포에 질린 해골 같은 얼굴로 표현했다.



뭉크의 많은 그림에서 공포와 외로움이 짙게 배어나는데, 1886년에 그린 <병든 아이>는 죽은 누이에 대한 기억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작품을 기점으로 뭉크는 어두운 내면의 감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자란 뭉크는 태어날 때부터 몹시 병약한 아이였다. 다섯 살 때 어머니를, 열세 살 땐 누나를 폐결핵으로 잃었고, 26세 때는 아버지가, 32세 땐 남동생이 사망했다. 가족 네 명을 잃은 상실감이 채 가시기도 전에 사랑했던 여성마저 화재로 사망해 <붉은 담쟁이>(1898)라는 작품으로 그녀를 애도하기도 했다. 연이은 ‘죽음의 잔치’에서 살아남았지만 죽음의 공기는 뭉크의 주변을 계속 맴돌았고, 살아남은 자에게 불안과 공포는 평생의 트라우마가 되어 따라다녔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의 천사들이 내 옆에 와 봄철의 햇빛 안에서, 여름의 광채 속에서 언제나 내 뒤를 쫓아왔다. 그들은 잠드는 밤에도 내 옆에 있었고 영원한 저주로 날 위협했다. 나는 종종 잠에서 깨어 눈을 크게 뜨고 방안을 응시했다. 여기가 지옥인가?”

“내가 지옥에 있는 걸까?”

 

<생의 프리즈 : 삶, 사랑, 죽음에 관한 시> 연작을 그린 시기는 화가로서 가장 생산적인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뭉크는 <절망>(1892), <우울>(1892~93), <절규>(1893), <불안>(1896), <질투>(1984~95)라는 제목의 그림들로 고통스러운 인간의 내면을 끊임없이 묘사했다. 뭉크는 자신의 정신적·육체적 나약함과 그로 인한 고통을 숨기려 하지 않았고, 끝없이 자신의 좌절을 관찰하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표현했다. 예술적 성취와 함께 정신병도 깊어갔지만, 유일한 탈출구였던 그림에 대한 강한 의지로 광증의 극단을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던 뭉크는 말년에 오슬로 외곽의 저택에서 외부와 차단되어 고립된 시간을 보냈다.
평생 죽음을 의식하고 절실하게 피하려 했기 때문일까? 뭉크는 오래 살아남아 인간이 짊어진 태생적 고뇌를 줄기차게 표현했다. 늙어가는 자신의 모습에서 피할 수 없는 죽음의 그림자를 마주한 뭉크는 세상을 떠나기 4년 전부터 홀로 집에서 <시계와 침대 사이에 있는 자화상>(1940~43)을 그렸다. 몸은 왜소해졌고 얼굴은 수척해 마치 영혼이 텅 빈 해골을 보는 듯하다. 죽음에서 꽃피기 시작한 뭉크의 예술은 죽음으로 막을 내렸다.

 

죽음에 절규하고 태양을 만나다

 

밝은 태양이 그림 구석구석까지 환하게 빛을 전달한다. <태양>(1910~1911)은 회복의 희망을 담은 작품이다. 절망의 아이콘이었던 뭉크가 삶을 불안감 속에 가두는 대신 밖으로 나와 빛을 보기를 선택하자 노르웨이 국민들은 환호했다. 이 작품이 대중에 전한 희망의 힘은 현 노르웨이 화폐 1000크로네 지폐 앞면엔 뭉크의 얼굴이, 뒷면엔 그의 그림 <태양>이 실려 있다는 것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사후 국가에 기증된 뭉크의 작품은 1,000편 이상의 회화, 15,400점의 판화, 4,500점의 드로잉과 수채화 그리고 여섯 점의 조각에 이른다. 일련의 작품활동을 통해 뭉크는 삶의 태도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보여줬고, 자신의 삶에 그림자가 지는 과정부터 사라지는 모습까지 그려 넣었다.

뭉크는 자신의 그림이 ‘상처의 기록이자 회복의 기록’이라고 말했다. 불안한 세상에서 내가 보아야 할 태양을 마침내 찾아낸 루크는 “두려움과 질병이 없었다면 나는 어떤 것도 성취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뭉크의 그림을 한참 바라보다 보면, 어둡고 음습한 배경과 인물이 역설적으로 삶에 대한 강렬한 의지를 품고 있는 것 같다. 죽음을 통해 생을 노래한 화가는 어둡지만 한없이 밝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우리에게 위로를 건네는 듯하다.

“내 썩은 몸에서 꽃이 피어나고, 나는 그 안에 있다. 그것이 영원이다.”

KCC가 제안하는 명화 속 컬러

사회의 불안지수가 높아지면서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얼씨 톤(Earthy tones) 인테리어가 주목받고 있다. 부드럽고 포근한 느낌의 베이지 컬러 KCC YA0557, 흙과 모래의 자연재질이 느껴지는 그레이 컬러 KCC HA0333은 따뜻하고 자연스러운 공간 연출에 적합한 색이다. 브라운 톤이 살짝 가미된 무광 컬러로, 모노톤의 세련된 색감이 최근 유행하는 미니멀리즘 인테리어에도 제격이다. KCC 공식 홈페이지와 숲으로 인스타그램에서 다양한 활용 예시를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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