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전략 컨설턴트
김정남
20년 넘게 ESG 전략 컨설팅 한 길만 걸어온 지속가능경영 전문가다. ㈜에코프론티어 책임 컨설턴트와 삼정KPMG 전략컨설팅그룹 리드 파트너를 거치며 국내 주요 대기업과 그룹사의 ESG 전략 수립, 공급망 관리 등 다양한 분야를 자문해 왔다. 현재 법무법인(유) 화우 ESG 센터 수석전문위원으로서 고객의 비전과 여건을 고려한 최적의 전략과 ESG 전반에 걸친 정교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전쟁이 터지고, 분쟁이 이어지는 등 원자재를 실어 나르는 공급망이 흔들릴 때마다 기업들은 깨닫는다. 외부에서 자원을 받아 오는 방식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그 대안으로 주목하는 것이 바로 순환경제다. 한정된 자원을 쓰고 버리는 선형경제 구조에서 벗어나 내부에서 자원을 무한히 돌리고 되살리는 이 경제 모델은 단순한 환경 캠페인이 아닌 기업의 생존 전략이 되고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순환경제를 강제하는 글로벌 규제가 물밑 듯 쏟아지는 지금, 국내 대표 ESG 전략 컨설턴트인 법무법인(유) 화우 ESG 센터 김정남 수석전문위원을 만났다.
순환경제의 배경
핵심은 공급망 리스크
순환경제는 어느 날 갑자기 떠오른 화두가 아니다. 김 위원은 환경적 압박, 공급망의 변동성, 지속가능성 확산이라는 세 개의 트리거가 맞물리며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국면이 됐다고 진단한다. 먼저 환경적인 부분에서 유해 물질이나 화학물질 관리는 이미 2000년대 초반에 정비가 됐고, 사업장 폐기물 처리 인프라도 제도적으로 안정된 상태다. 남아 있는 과제가 바로 수명을 다한 제품의 재활용, 그중에서도 매립 문제다.
미국은 땅이 넓어 전체 폐기물의 절반 가량을 매립하지만, 국토가 좁고 매립 비용이 많이 드는 유럽은 매립률이 15~17%에 불과하다. 묻을 곳은 없는데 폐기물은 많으니, 재활용을 통해 매립을 줄일 수밖에 없는 구조로, 순환경제 규제가 유럽에서 강하게 나오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탄소중립이나 기후 변화와 같은 주제는 기업과 사회 전반에서 인식이 높아지며 어느 정도 정리되어 가고 있지만, 재활용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어 자연스럽게 기업들의 다음 과제로 떠오르게 된 것.
여기에 최근 재활용 이슈가 강력하게 부상한 또 다른 이유는 공급망 리스크다.
“전쟁이나 분쟁이 발생하고, 인권이나 환경 이슈가 생기는 등 외부에서 뭔가를 가지고 들어오려 하면 리스크가 계속 터지잖아요. 그러니까 우리 안에서, 우리가 생산하고, 우리 자원으로 먹고 살자, 이게 공급망 리스크와 연관된 재활용 이슈, 그러니까 순환경제의 핵심입니다.”
아프리카, 중국 등지에서 원자재를 들여오는 구조에 언제든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기업들은 이미 체감하고 있다. 그래서 유럽은 외부 자원 의존도를 낮춰 독자적인 자립 기반을 다지는 방향으로 규제를 설계하고 있다. 김 위원은 순환경제로의 전환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기업이 살아남기 위한 전제 조건이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지금 알아야 할 해외 규제
CBAM과 CSDDD
순환경제를 둘러싼 규제는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국경을 넘어 우리 기업들을 압박하는 해외 규제 장벽. 김 위원은 그중에서도 두 가지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장 먼저 직면한 장벽은 제품 제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량에 따라 비용을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이다. EU로 수출하는 기업은 반드시 탄소 배출량을 신고하고, 그에 상응하는 인증서를 구매해야 한다. 올해 전면 시행을 앞둔 만큼 김 위원은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등 대상 업종의 기업은 더 늦지 않게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준비한 기업과 준비하지 않은 기업 사이의 격차는 비용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사부터 협력사까지 기업 공급망 내에서 발생하는 인권·환경 리스크를 식별하고, 리스크를 예방·완화해야 할 의무를 기업에 부과하는 EU의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SDDD·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Directive) 역시 강력한 무역 장벽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사실상 EU와 거래하는 국내 모든 산업계가 적용 대상으로, 만약 협력사에서 발생한 환경오염이나 인권 문제를 시정하지 않으면 전 세계 연 매출의 최대 5%에 달하는 과징금이 부과된다. 벌금 외에 평판에 영향을 주거나 공급 자체가 흔들릴 위험도 있으니, 기업들은 인권이나 환경 이슈에 대한 관리 체계 역시 구축해야 한다.
규제 대응의 시작점
데이터 역량
그렇다면 이 촘촘한 규제의 그물을 돌파하기 위해 기업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김 위원은 기술력보다 ‘데이터 역량’부터 확보해야 한다고 말한다. 공급망 전반에서 제품이 어떤 방식으로 생산되고, 온실가스는 얼마나 배출하는지 투명하게 추적하고, 증명하지 못하면 글로벌 규제를 통과할 수 없다. 문제는 이 역량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아까 CBAM에 대한 준비가 안 된 기업은 비용 면에서 타격을 받는다고 말씀드렸는데, 준비라는 게 바로 데이터를 확보하고 관리하는 역량을 말합니다. 온실가스를 줄이냐 마냐는 사실상 둘째 문제고, 당장 CBAM에 대응하려면 검증된 배출량 데이터를 확보했는지가 중요하니까요. 이제 시험장에 들어가야 하는데, 아직 시험 볼 준비조차 안 된 기업이 많아요.”
김 위원은 데이터 확보에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며,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얼마나 잘 준비했느냐가 기업의 역량을 보여준다고 강조한다.
“역량이 없는 기업은 최대한 미루고, 닥치면 합니다. 하지만 역량이 있는 기업은 당장 100원이 없어도 미리 5원, 10원씩 장기적으로 투자해요. 조금이라도 더 미리 준비합니다. 여기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그리고 순환경제를 피할 수 없다는 경영진의 마인드셋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당장 눈앞의 비용이 아쉬워 당면 과제를 미루기보다, 장기적인 안목 아래 자원을 체계적으로 투입하는 경영진의 결단력과 마인드셋이 그 기업의 미래 체급을 결정하는 진정한 역량이라는 지적이다.
거버넌스∙전략∙리스크∙관리∙지표 및 목표 등 국제 표준 틀을 적용하고 있다.
KCC가 선보이고 있는
순환경제
이런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KCC가 보여준 선제적 행보는 순환경제의 이상적인 사례라 부를 만하다. 김 위원은 KCC의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미리 살펴봤고, “굉장히 놀랐다”라는 말을 거듭했다. 실제 KCC는 2024년 유리장섬유 제조 과정에서 발생한 부산물과 즉석밥 용기를 재활용해 신소재를 개발하고, 이를 물티슈 캡으로 제품화하는 데 성공했다.
“부산물을 재활용하는 것부터 쉽지 않은데, 심지어 즉석밥 용기 재활용에 실제 제품화까지 타사와의 협업으로 이뤄냈다는 게 정말 성공적인 사례라고 생각해요. 회사 내에서도 이해관계를 조율하기가 만만치 않잖아요. 저는 이 사례 하나만 봐도 KCC가 순환경제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전사적인 집중력이 높다는 방증이라고 생각합니다. 외부에도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KCC가 선보인 자원 순환 네트워크는 지금도 확장 중이다. 폐기물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AI 무도장 조색 기술과 자원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자율주행 도장 로봇의 현장 도입은 환경적 가치는 물론 생산성 향상과 작업자 안전까지 통합적으로 해결한 사례다.
모멘티브 인수 이후 해외 매출 비중이 높아진 KCC는 글로벌 규제에 더 깊이 노출되어 있다. 하지만 그 규제를 기술력으로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 그의 평가다.
“KCC의 지속가능 보고서를 보면 경영진의 마인드가 확실히 다른 것 같아요. 사실 경영진의 마인드셋이 뒷받침되어야 임직원들도 힘을 낼 수 있거든요.”
KCC의 지속가능경영이 한 단계 더 진화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 보고서에 관한 조언도 놓치지 않았다.
“디자인이나 완성도는 높지만, 이젠 AI 시대입니다. 사람이 보고서를 일일이 찾아보기보다 AI로 검색하고, AI가 정리해 준 정보를 읽는 시대죠. 그러니 AI를 1차 독자로 설정하고, AI가 정보를 더 쉽게 인식하고 분류할 수 있도록 바꾸는 과감한 시도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더불어 보고서 작성에 드는 절대적 시간을 단축하고, 발간 시점과의 적시성을 확보한다는 장점도 있다.
지속가능한 미래 수익
순환경제는 선택이 아니다
기업들이 결국 순환경제를 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명확하다.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기업에 실질적인 이익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일단 글로벌 규제를 통과해야 판로가 열리는 것은 물론, 시장에서도 친환경 제품은 프리미엄으로 인정받아 매출 증대로 이어진다. 원가 절감 효과도 있다. 폐기물로 처리하던 부산물을 고부가가치 자원으로 전환하는 순간, 외부 원자재 의존도는 낮아지고, 수익성은 극대화되는 선순환 고리가 완성된다.
순환경제는 소비자의 구매 지형도 바꾸고 있다. 이전엔 친환경 제품은 비싸다는 편견이 있었지만, 나이키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이 재생 원료로 만든 제품을 대량 공급하면서 친환경 제품의 가격 경쟁력과 상품성이 향상된 것.
“재생 원료를 사용했음에도 일반 제품과 비교해 품질과 기능이 떨어지지 않고, 인체에 무해하면서 합리적인 가격까지 갖췄다면 선택하지 않을 고객이 있을까요?”
‘굳이’ 친환경 제품을 사야 하는가 라는 의구심을 ‘이왕이면’으로 바꾸는 것, 그것이 바로 순환경제가 완성되는 시점이다.
“순환경제는 착한 기업으로 인정받기 위한 환경 캠페인이나 이벤트가 아니라 기업 생존의 문제입니다. 미룰 일이 아니에요. 될까, 안 될까를 저울질하는 타이밍이 아닙니다. 무조건 해야 해요. 법이 그래요. 안 그러면 제품을 판매할 수 없으니까요.”
지금까진 제품의 기술적 성능이 중요했다면, 이젠 환경성도 제품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하나의 핵심 지표가 되고 있다.
자원을 무한히 돌리는 순환경제는 단순히 지구만을 위한 여정이 아니다.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고, 까다로운 규제 장벽을 넘고, 고객의 선택을 받고, 매출과 이익을 지키는 일이다.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우직하게 경쟁력을 쌓아가고 있는 KCC의 행보는 지금 향하고 있는 방향이 옳다는 것을 분명하게 증명하고 있다.
KCC구성원 Q&A
Q. KCC 구성원들이 현업에서 ESG 경영이나 순환경제를 내재화하기 위해 가져야 할 '실용적 환경 마인드셋'은 무엇인가요?
김정남 수석전문위원’s Tactics
순환경제는 환경 캠페인이 아닌 기업 생존의 문제로 인식할 것
CBAM에 대응하려면 지금 당장 데이터 관리 역량을 키울 것
CSDDD에 대비해 협력사의 인권·환경 리스크를 파악하고, 관리 체계를 구축할 것
부산물이나 폐기물의 자원화는 비용 절감과 매출 프리미엄을 동시에 달성하는 전략으로 접근할 것
순환경제를 피할 수 없다는 경영진의 결단력과 마인드셋이 기업의 생존 경쟁력임을 잊지 말 것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는 AI를 1차 독자로 설정해 콘텐츠 중심으로 구조를 재설계할 것
댓글 10개
ESG경영은 알면알수록 대단하고 어려운 것 같습니다
순환경제 실천에 앞장서는 기업이네요!
ESG 경영, 알면 알수록 오히려 더 어려워 지는거 같습니다.
ESG경영과 관련한 직,간접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팀원으로서 기사를 보며 많은 공감을 하면서도 내가 하고 있는 업무가 이제는 도전이 아닌 필수라는 걸 다시 깨닫게 되면서 열정적으로 일하면 된다는 확신과 의지를 갖게 되었습니다. 데이터 관리가 곧 경쟁력이라는 얘기도 신선하면서도 어쩌면 가장 중요한 걸 놓치고 있었나 싶고 나 스스로가 데이터 관리를 어떻게 업무에 적용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ESG경영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된 기사였습니다. 현대사회에서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필수불가결한 사항인것도 인지하게 되었으니 현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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