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은 정보, 너무 많은 알림… 괜찮은 걸까

“오늘 우리는 이처럼 혁신적인 제품을 무려 3개나 선보이려 합니다. 3가지입니다. 터치로 조작할 수 있는 와이드스크린 iPod, 혁신적인 휴대폰, 그리고 획기적인 인터넷 통신기기입니다. 이것들은 각각 3개의 제품이 아닙니다. 단 하나의 제품입니다. 우리는 이 새로운 제품을 “아이폰(iPhone)”이라고 부릅니다.“
– 스티브 잡스, iPhone 최초 공개 프레젠테이션 중에서 –
이 발표가 나온 순간, 멀티태스킹의 시대가 시작되었습니다. 물론 이전에도 이동 중에 통화를 하거나, 소개자리에서 지루한 상대가 나오면 한 편으로 웃으며 맞장구치며, 다른 한 편으로는 주선자에게 분노의 문자를 보내는 등 어느 정도의 멀티태스킹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발표 이후 현대인의 모든 활동은 근본적으로 뒤집히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한 번에 한 가지 일만을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처음에 사람들은 이 놀라운 기술들 덕분에 한 번에 모든 일을 간단하게 끝내고 편히 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게 웬걸요. 일이 간편해진 덕분에 한 명의 사람이 처리해야 하는 정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깨달았습니다. 더 이상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것은 지금 당장 해야만 한다는 말과 같은 말이라는 것을.

‘멀티’가 기본값인 직장인들의 고질병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의 뇌는 한 번에 기본 최소 3~4개의 일을 동시에 처리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버퍼(buffer)라 불리는 기억의 중간 창고 속으로 넣어두었다가 다시 꺼내서 사용하는 정보까지 포함하면 우리의 뇌는 깨어있는 동안 한 번에 10가지도 넘는 일을 동시에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어느새 멀티태스킹을 잘하는 사람을 ‘능력자’, 혹은 ‘천재’로 생각하는 시선도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한 번에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다 보니 각각의 일을 제대로 끝내지 못하고 집에 있어도 생각이 끊임없이 일어나 쉴 수가 없음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납니다. 그리고 이제 사람들은 자신이 한 번에 한 가지 일에도 집중을 못 하는 ADHD가 아닌지 걱정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찾아온 사람들을 진단해 보면 10명중 5명은 번아웃, 4명 정도는 우울증이나 불안증 등의 신경증적 장애, 그리고 나머지 1명 정도는 성인 ADHD로 결론이 납니다. 일부 기질적인 문제를 가진 ADHD 환자분들을 제외하고는 뇌가 쉬지 못해 기능부전이 온 셈이죠.
두뇌의 ‘버퍼링을 막고 싶다면?
멀티태스킹과 뇌의 피로와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에는 우리 뇌에 존재하는 두 가지 신경망의 개념을 알아두어야 합니다.
하나는 우리가 특정한 목표를 가지고 외부세계와 접촉할 때 활성화되는 작업신경망(Task positive network)이라는 회로입니다. 우리가 이메일을 작성하여 누군가에게 보낼 때, 눈앞의 엑셀 표에서 틀린 부분을 찾을 때 작업신경망은 활성화됩니다. 많은 일을 동시에 처리할수록 작업신경망은 더욱 바쁘게 돌아가며 한 가지 일에 소요할 수 있는 자원이 줄어들게 됩니다. 프린스턴 대학교 교수인 조지 밀러는 인간은 평균적으로 7개의 정보 덩어리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으며 7개가 넘어가게 되면 정보 처리의 효율이 급속도로 떨어진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나머지 하나는 우리가 아무 일도 처리하지 않고 멍하게 있거나 공상을 하거나 나 자신의 내면 세계에 빠져있을 때 활성화되는 디폴트 모드 신경망(Default mode network)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기본 상태’를 뜻하는 회로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은 노트북의 절전모드와 같은 상태가 아닙니다. 우리가 외부 세계와 접속해 있지 않은 상태, 소위 말하는 ‘멍때리는 상태’에서도 우리의 뇌는 바쁘게 무언가를 처리해야합니다. 오래된 기억을 활성화하고 과거, 현재, 미래를 오가며 여러 종류의 생각을 다시 조합합니다. 어떠한 일을 전문적으로 처리할 때 반드시 필요한 창조성이나 통찰력은 이 상태에서만 발휘됩니다.

SOLUTION 1 피할 수 없다면 때때로 ‘디폴트 모드’(멍~)를 소환할 것
많은 연구에서 작업신경망의 활성이 증가하면 디폴트 모드 신경망의 활성은 감소되고, 반대로 디폴트 모드 신경망의 활성이 증가하면 작업신경망의 활성이 감소됩니다. 우리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외부 세계의 정보는 제한되어 있고, 우리는 결코 동시에 외부 세계와 내부 세계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의 뇌에 진정한 의미로의 멀티태스킹은 없습니다. 멀티태스킹처럼 보이는 것들은 일 처리 속도가 빨라 하나의 일 처리를 재빨리 처리하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것에 가깝지 결코 뇌의 생각의 슬롯이 늘어나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는 상태가 아닙니다. 정말로 동시에 여러 가지의 일들이 무작위로 생각난다면 병적인 상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우울증이나 ADHD를 비롯한 여러 건강하지 못한 상태에서 디폴트 모드 신경망의 이상과 주의력의 감소가 동시에 일어나게 됩니다. 즉 일을 하면서도 쉬는 상태며 쉬면서 일을 하는 상태가 중첩되며 일도 휴식도 동시에 못 하게 되는 상태일 수 있다는 이야기이죠. 개인적으로는 한 번에 여러 가지 정보에 모든 시간에 접속할 수 있는 스마트폰의 보급과 우울증의 유병률 증가에는 명백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믿습니다. 피곤하고 지친 날에 역설적으로 스마트폰 사용이 늘어나는 것처럼요.
SOLUTION 2 일과 일 사이, 업무와 일상 사이 on/off 버튼 점검하기
따라서 우리가 목표로 해야 하는 정신의 상태는 한 번에 여러 가지를 생각하는 상태가 아니라 역설적으로 한 번에 한 가지를 ‘집중’ 해서 생각하고 다음 생각으로 깔끔하게 ‘전환’하는 능력입니다. (이 능력의 유무는 성인 ADHD를 진단하는 데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당신이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이 생각나 머리가 복잡하고, 집에 가서도 업무에 대해 생각하지만 막상 업무는 잘 진척되지 않는다면, 이것이 멀티태스킹이 아니라 지치거나 병에 걸린 상태일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합니다. 멀티태스킹과 가짜 휴식을 잘 구분하세요. 기술은 빠르게 변화하지만 인간의 뇌까지 그에 맞추어 변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부디 스마트폰에 뇌를 맞추지 말고 당신의 뇌에 스마트폰을 맞추세요. 정신의학적으로 건강한 상태에서 뇌는 일할 때 확실하게 일하고 쉴 때 쉽니다.
권순재 정신의학과 전문의
당신의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으로 일하며, 정신의학신문, EBS <권순재의 마음상담소> 등에 기고 및 연재를 통해 세상사에 지친 이들의 마음챙김을 돕는다. <약한 게 아니라 아팠던 것이다>, <이제 독성관계는 정리합니다>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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