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쪽 상담소] 계획이 틀어지면 마음이 무너지는 ‘완벽주의자’들을 위한 조언

어느 ‘일잘러’ 자기 고백

“최근 인터넷 게시판에서 ‘게으른 완벽주의자’에 대한 글을 읽었습니다. 저랑 똑같더라고요. 모든 일을 완벽하게 잘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심해서 결국 이것저것 핑계를 대면서 시작을 미루는 사람을 게으른 완벽주의자라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저도 옛날부터 그랬어요. 직장에서 잠깐 일을 할 때에도 저는 항상 일 처리를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렸어요. 그래서 일을 하는 게 항상 즐겁지가 않았어요.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일하는 게 부담스러웠죠.

그러다 보니 일을 하나 할 때도 정말 책잡히지 않도록 완벽하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미친 듯이 계획을 짜기도 하고요. 하지만 아무리 완벽하게 하려고 하더라도 일이 그렇게 잘되지는 않더라고요. 일을 할 때 항상 혼날 것을 생각하면서 불안해했어요.

웃기는 건요. 나중에는 일을 시작하기가 주저되며 무서워지더라고요. 일을 하다 보면 도중에 실수가 생기기도 하고 예상 밖의 일이 벌어진다는 건 알지만, 완벽하게 하려다 보니 일을 하면 금방 지쳐 버리기도 해요”

밖에선 ‘일잘러’라 추앙 받지만, 정작 내 마음속은?

정신의학적으로 보면 이런 성격을 가지시는 분들을 강박성 성격장애 경향을 보인다고 해요. 이건 손을 반복해서 씻거나 계속 문단속을 확인하는 강박장애와는 좀 다른 거예요. 이건 병이라기보다는 사람마다 보이는 성격 경향의 일종이지요. 특징은 다음과 같아요.

강박성 성격장애

– 융통성, 개방성, 효율성을 희생시키더라도 정돈, 완벽, 통제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성격

– 내용의 세부에 집착되어 있어서 활동의 중요한 부분을 놓침

– 완벽함을 보이나 이것이 일의 완수를 방해함

얼핏 보면 이런 분들이 일을 완벽하게 하고 성공적인 인생을 살 것 같잖아요? 근데 전혀 그렇지가 않아요. 보면 내용의 세부에 집착되어 있어서 활동의 중요한 부분을 놓친다고 되어 있잖아요? 이런 분들 대부분이 일을 하는 것을 지나치게 고통스러워하고 쉴 때도 충분히 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러한 분들은 자라온 과정에서 공통적인 특징을 가져요. 사랑이나 칭찬이 인색한 환경에서 자랐다는 것. 이분들은 실패와 비난을 지나치게 두려워합니다. 옛날에 우리 어르신들이 그랬잖아요. 칭찬만 하고 매를 아끼는 것은 아이를 망친다고. 그러니까 많이 혼내고 많이 뭐라고 하는 것을 좋은 가정교육이라고 생각하는 시대에 자랐다는 이야기이죠.

‘성취’ 자체의 즐거움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하지만 이것이 과하면 한 사람의 노력이 성취의 과정이 아니라 비난을 피하는 과정이 되어버려요. 우리가 일을 할 때 느끼는 여러 긍정적인 감정이 있어요. 누군가에게는 일은 나 자신을 발전시키는 수단이 되고, 혼자 할 수 없는 거대한 일을 해나가는 과정이지요.

하지만 강박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에게 일을 한다는 것은 내가 무언가를 얻는 과정이 아니라 처벌을 피하기 위한 ‘세금을 내는’ 과정에 불과하게 됩니다. 일이 잘 안될 때는 책임을 추궁받거나 평가절하당할까 불안하고, 일을 다 끝마친 다음에도 안도하고 휴식기는커녕 뭔가 잘못되어서 비난 받지는 않을까 불안하게 됩니다. 더 많이 지치게 되고, 최종적으로는 직장생활도 오래 하지 못하게 됩니다. 세상은 내가 실수하면 벌을 내리는 곳이고, 직장은 나를 혼내거나 핀잔주는 곳이고, 다른 사람과 만나는 것은 항상 나에게 점수를 매기는 과정이 되기 때문입니다.

더 심한 문제는 이러한 분들은 남들을 사랑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사랑은 자신을 다 채우고 나서야 남에게 흘러가는 구조를 가집니다. 결과적으로 본인이 이루는 가정에서도, 이끌어가는 일터에서도 칭찬과 사랑에 인색해지게 돼요. 자신이 자랐던 가혹한 과거의 환경을 현재에 그대로 복제하게 되는 것이죠.

SOLUTION 1  케이크를 한 번에 먹기 힘들다면 잘라서 먹어라

강박적인 성격 경향을 가지는 분들은 항상 일을 시작할 때 전체를 한 번에 다 보려고 해요. 또 전체를 한 번에 보면서도 혹시 내가 세세한 것을 놓치지 않을까 신경을 쓰다 보니 시작도 하기에 지쳐버리게 되지요. 그러니 중간 목표를 세워야 합니다. 케이크를 자르듯이 4등분을 하세요. 한 조각을 먹은 다음에는 더 이상 이걸 토해내서 다시 먹을 생각하지 말고 바로 다음 조각에 집중하는 겁니다. 우리가 지금 하는 일에서 성취감을 잃지 않도록. 마음이 길을 잃지 않도록요. 작은 성취가 모이면 일에는 탄력이 붙습니다. 지나버린 과거와 예측할 수 없는 미래 대신 지금 유일하게 내가 살아가는 현재에 집중하게 됩니다.

SOLUTION 2  흑백논리에서 벗어나기

우리가 사는 인생에서 완벽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아요. 유토피아라는 말 자체가 원래 ‘세상에 없는 장소’란 뜻이거든요. 문제가 없는 인생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기에 우리는 단점과 문제와 공존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왜냐하면 새로운 문제는 끊임없이 생기니까요.

설령 지금 좀 잘못된 선택을 하더라도 괜찮아요. 우리의 선택은 사소하고 애매한 여러 개의 선택으로 이루어져 있거든요. 지금 잘못된 선택을 하더라도 다음의 선택이 언제나 있어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세상은 검은 것과 흰 것으로 나뉘어져 있지 않아요. 무지개처럼 어디까지가 빨간색이고 어디까지가 보라색인지 알 수 없는 스펙트럼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그러니 뛰어들어도 괜찮아요. 언제나 다음이 있어요. 그리고 여러 힘든 상황이 있었고, 사랑과 칭찬 없이도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여기까지 온 스스로를 칭찬해 주세요. 그제서야 당신의 일은 채무자에게 빚 독촉을 받는 가혹한 과정에서 나 포함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미소를 만들어 가는 의미 있는 과정이 될 것입니다.

권순재 정신의학과 전문의

당신의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으로 일하며, 정신의학신문, EBS <권순재의 마음상담소> 등에 기고 및 연재를 통해 세상사에 지친 이들의 마음챙김을 돕는다. <약한 게 아니라 아팠던 것이다>, <이제 독성관계는 정리합니다>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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