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결] ‘돌’이라는 클래식

건축가로서 몇 개의 건물을 설계하고 지어오며, 항상 고민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외장재의 선택이다. 외장재는 건물 전체의 인상을 결정하기 때문에 언제나 중요한 요소지만, 수많은 제약 조건 때문에 쓸 수 있는 재료는 한정적이다. 최근 유행하는 외단열 미장 마감과 외부에 적용하도록 가공된 타일 그리고 최근엔 잘 사용되지 않는 돌, 바로 ‘석재’ 정도가 주재료다. 90년대 까지만 하더라도 석재가 외장재의 주류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건축에서 그 모습을 감춰 버렸다. 석재는 왜 갑자기 우리에게서 멀어졌을까?

건축에 쓰이는 석재는 주로 마그마가 굳어서 만들어진 화강암과 이것이 열과 압력으로 인해 변화된 변성암이 주를 이룬다. 기본적으로 그것들은 무겁기 때문에 철로 만든 앵글, 하지 등을 골조에 시공하고 거기에 볼트 등으로 접합하는 식의 공법이 활용된다. 더불어 라임스톤이라 불리는 퇴적암류나 대리석은 보기에 무척 멋스럽고 세련되지만, 오염에 약하고 내구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외장재로서의 활용은 어렵다. 이렇듯 손이 많이 가는 공법과 높은 부자재 가격 등의 이유로 석재라는 건축 재료는 외장재로서의 힘을 잃게 된다.

그럼에도 무게감이나 중후함, 전통성 등을 상징하는 재료로 석재만 한 것이 없기때문에 박물관이나 미술관, 청사 등의 건축에선 여전히 주 외장재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용산의 국립 중앙박물관이나 전쟁기념관, 과천의 국립 현대미술관 모두 석재를 기본 마감으로 하고 있지 않던가. 하지만 이러한 무게감이나 중후함, 정통성은 성벽을 마주하는 듯한 답답함을 자아내기에 요즘 주류 건축 스타일인 소형건물에서도 점차 석재를 피하게 된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지도할 때도 외장재로 석재를 쓰겠다는 친구는 손에 꼽힌다. 인테리어 스타일의 아기자기하고 정교한 디자인이 유행인 시대에, 거칠고 투박한 느낌의 석재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클래식함에는 변하지 않는 고유의 가치가 숨어 있는 법이다. 요즘 유행하는 화려한 색깔을 띤 타일이나 컬러강판 등은 처음 보기엔 화려하고 멋져 보이지만, 몇 년이 지나면 쉽게 질리고 만다. 그에 반해 석재의 강한 내구성과 튀지 않고 무던한 외간은 변하지 않는 멋을 오래도록 유지시킨다. 창호, 유리, 석고보드, 보온 단열재, 천장재 등처럼 콕 집어 눈에 보이진 않지만 건축물에 슬며시 녹아 들어 그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더불어 *파라펫, 창호 주변을 덮는 *두겁이나 계단 같은 부위는 높은 내구성이 요구되는데, 석재보다 신뢰감을 주는 재료도 없다. 특히 석재는 주변 어디에서나 자주 보던 친숙한 재료이기 때문에 유행을 타지 않는다는 장점을 더한다.

또한, 석재는 가공하기에 따라 정교함과 멋을 더욱 배가 시킬 수 있는 다재다능 한 재료다. 최고의 문화재라고 칭송받는 불국사의 다보탑이나 석가탑, 석굴암 등도 결국 돌로 만들지 않았던가. 잔다듬 내지는 줄다듬이라고 불리는 석재 가공 방식은 거친 석재의 표면을 아름답게 만들고, 석재 사이의 접합 부위를 실리콘 코킹 없이 시공하는 ‘오픈 조인트’ 공법 역시 수려한 외관을 만드는 방법이다. 가공 방식에 따라 충분히 K-건축의 멋과, 아름다움을 발산하는 외장재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더불어 석재는 친환경적인 글로벌 트렌드에도 알맞은 재료다. 화학적인 가공을 거쳐야 하는 다른 재료들에 비해 석재는 온전히 자연에서 구해, 재단하고 다듬는 등의 간단한 가공만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거기에, 특유의 내구성으로 유지관리가 용이하고, 견고하고 묵직하면서 유행을 타지 않는 등 지속가능성과 미관적인 장점도 두루 갖추고 있다. 위에 언급한 섬세하고 정교한 공법들을 통해 최근의 트렌드를 쫓아가고자 노력을 지속한다면, 석재는 더 이상 촌스럽고 고리타분한 재료가 아닌, 지속적으로 사랑받는 우수한 재료로 재조명 받을 것이다. 


김선동 건축가

 

오픈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가와 건축주, 시공사가 함께하는 좋은 건축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실천하며 작업에 임하고 있다. ‘글쓰는 건축가’라는 필명으로 블로그와 브런치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건축가의 습관’이라는 책을 펴내는 등 집필과 강연 활동 또한 활발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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