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날아가는 새를 보며 신비함을 느낀다. 새뿐만 아니라 나른한 길냥이와 주인을 산책시키는 활기찬 강아지를 보면서도 느낀다. ‘이곳도 생태계구나’하고. 밀림이나 초원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전히 다른 동물들과 공생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신비롭다. 그런 순간이면 영화 <쥬만지>와 <쥬라기 월드>의 축소판이 눈앞에서 펼쳐지려 하지만, 차가운 이질감이 냉큼 달려와 곧바로 찬물을 끼얹는다. 공생은 공생인데, 인간과 인공구조물들이 너무 압도적으로 많은 거 아니야? 균형이 무너져도 너무 심하게 무너진 생태계인 걸 깨닫는 순간, 신비함은 가볍게 사라진다.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만 매년 약 800만 마리의 야생 조류가 건축물 유리 등의 인공구조물과 충돌한다. 우리나라 인구가 약 5,200만 명이니, 매년 인구 7분의 1이 넘는 조류 개체가 인간이 만든 구조물 탓에 죽거나 다친다는 뜻이다. 이처럼 허망한 참변을 막기 위해 KCC글라스는 생물다양성 보전 캠페인 ‘구해조(鳥) KCC글라스’ 활동을 전개한다. 그 첫걸음이 바로 지난 9월 10일 ‘아차산숲속도서관’에서 열린, *조류충돌방지스티커 부착을 인증하고 야생조류 보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토크콘서트였다.
*조류충돌방지스티커: 가로 10cm, 세로 5cm 간격의 점자형 스티커를 창호에 부착하면 조류는 유리를 공간으로 인식하고 충돌을 피한다. 실제로 98.7%가량의 조류 충돌 피해가 감소하는 효과를 거뒀다.
‘구해조(鳥) KCC글라스’ 캠페인 참여자들이 아차산숲속도서관에 조류충돌방지스티커를 부착하고 있다.
이번 행사엔 KCC글라스 임직원은 물론이고 국립생태원 관계자, 야생동물 촬영 전문 유튜버 ‘새덕후’와 구독자 5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아차산숲속도서관에 조류충돌방지스티커를 부착하고 이를 인증하는 현판 설치, 야생조류 충돌의 심각성과 개선 방안을 의논하는 토크콘서트를 가졌다. KCC글라스가 이토록 조류 보호에 진심인 이유는 생태계를 보전하고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선 조류의 힘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만약 조류가 사라진다면 지구는 어떻게 변할까? 우선 울창한 숲과 알록달록한 들판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조류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식물 종자를 지구 곳곳으로 운반해 나무를 심고 생태계 다양성을 업그레이드시키는, 글로벌 야생 쿠팡맨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논밭 해충을 잡아 먹음으로써 농업까지 서포트한다. 새가 사라지면 아름다운 자연경관은 물론이고, 인류가 먹는 식량까지 줄어드는 것이다.
토크콘서트 현장과 조류충돌방지스티커 부착을 인증하는 현판 모습. 이로써 아차산숲속도서관은 구해조(鳥) KCC글라스 캠페인의 첫 번째 ‘조류친화건축물’이 됐다.
KCC글라스가 조류 보호와 그를 통한 생태계 보호에 진심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해 3월 있었던 ‘홈뮤즈 커넥팅 데이’ 행사 때도 야생조류 충돌 방지 캠페인을 통해 자연 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인테리어를 강조했었기 때문이다. 이번 ‘구해조(鳥) KCC글라스’ 캠페인은 국내를 대표하는 유리 기업으로서, 이전의 활동을 한 층 발전시키고 사회적 책임을 더욱 구체화하는 첫걸음인 셈이다.
기후변화, 지속가능성, 동물보호 등등. 익숙해질 만큼 익숙해진 단어들이 CCTV처럼 양심을 감시하는 요즘, 타인에게 보이는 것들만 지키면 만사 오케이라는 빛 좋은 친환경도 많다. ‘그래, 그게 어디야’ 싶다가도 인공적인 것에 둘러싸인 일상과 오직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도심을 보고 있으면 뿌리 없는 개살구의 빛깔이 그저 위태로워 보인다. 동물실험 없는 친환경 달걀을 로켓배송으로 받으면서, 우리가 만든 인공구조물 때문에 매년 다치고 죽는 800만 마리의 조류를 내버려둔다면 근본적인 문제는 영원히 해결되지 못한다는 말이다. KCC글라스는 이런 문제의식을 품고, 앞장서서 해결하고자 첫발을 내디뎠다. ‘구해조(鳥) KCC글라스’ 캠페인의 시작점이 된 이번 토크콘서트 행사를 발판 삼아 조류의 생명을 보호하고, 생태계 균형을 바로잡는 역할을 꾸준히 수행해 나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