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이라고 하면 어떤 모습이 먼저 떠오를까. 말랑한 고무나 투명한 액체를 떠올릴 수도 있겠다. 그런데 산업 현장으로 시선을 돌리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실리콘은 하나의 모습으로만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용도로 설계하느냐에 따라 오일이 되기도 하고, 계면활성제나 레진이 되기도 한다. 형태가 달라지는 만큼 맡는 역할도 달라진다. 도료가 표면에 고르게 퍼지도록 돕는가 하면, 가죽과 합성피혁에는 물을 밀어내는 성능을 더한다. 정유·석유화학 공정에서는 골칫거리인 거품을 제어하고, 전자부품에는 보호막을 입혀 열과 수분으로부터 부품을 지킨다.
이렇게 서로 다른 일을 해낼 수 있는 비결은 실리콘이 가진 고유한 물성에 있다. 낮은 표면장력과 소수성, 내열성, 화학적 안정성 같은 특성에 분자 구조와 점도, 기능기 등을 용도에 맞게 설계하면 필요한 기능을 정밀하게 구현할 수 있다.
하나의 소재에서 출발해 서로 다른 기능으로 확장되는 것. 실리콘의 진짜 경쟁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제품의 표면을 바꾸고, 소재의 성능을 높이고, 공정의 안정성을 뒷받침하고, 전자부품을 보호하는 KCC실리콘의 다양한 소재와 그 역할을 살펴봤다.
매끄러운 표면을 만드는 제어의 기술
페인트를 칠하고 나서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왜 어떤 표면은 유난히 매끄럽고 고르게 보일까?’
색상이나 광택도 중요하지만, 도료가 바탕면에 얼마나 고르게 퍼지고 안정적으로 도막을 형성하는지도 완성도를 좌우한다. 도료가 제대로 퍼지지 않으면 표면이 고르지 않거나 기포, 핀홀 같은 결함이 생길 수 있다.
이때 실리콘이 나선다. KCC실리콘의 Silwet 계면활성제는 코팅액의 표면장력을 낮춰 도료가 바탕면에 보다 쉽게 퍼지도록 돕는다. 덕분에 도막의 평활성을 높이고, 도료의 흐름성과 작업성을 개선할 수 있다. 기포나 핀홀처럼 도막에서 발생하기 쉬운 결함을 줄이는 데도 도움을 준다.
재미있는 점은 아주 많은 양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적은 첨가량만으로도 표면장력을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어 도료의 작업성과 표면 품질을 함께 개선한다.
우리가 보는 것은 그저 매끄럽게 완성된 표면이지만, 그 뒤에서는 액체의 표면 특성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실리콘의 기술이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물방울은 밀어내고, 촉감은 그대로
비 오는 날 신발이나 가방 위에 떨어진 물방울을 떠올려보자. 물이 스며들지 않고 동그랗게 맺혔다가 또르르 굴러 떨어지는 모습. 여기에도 실리콘의 물성이 숨어 있다.
가죽이나 합성피혁 제품에서는 물을 막아주는 발수성과 함께 소재 본연의 촉감과 유연성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발수 성능만 높인다고 해서 좋은 발수제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실리콘 변성 오일 SM2360P는 가죽과 합성피혁용 발수제의 원료로 사용된다. 실리콘 특유의 소수성을 활용해 소재 표면에 발수성을 부여하면서도 가죽과 합성피혁이 가진 부드러운 촉감을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여기에 최근에는 또 하나의 조건이 더해지고 있다. 무엇으로 발수성을 구현하느냐의 문제다. 환경과 규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PFAS를 비롯한 불소계 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발수 솔루션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다. 실리콘 기반 소재가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을 밀어내는 성능을 구현하면서 변화하는 시장의 요구에도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을 튕겨내면서도 소재의 감촉은 살리는 것. 서로 다른 두 가지 요구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데에도 실리콘의 물성이 힘을 발휘한다.
공정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거품, 실리콘으로 잠재우다
거품은 일상에서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산업 공정에서는 관리해야 할 변수다. 특히 정유·석유화학 공정에서 과도하게 발생한 거품은 설비의 처리 효율을 떨어뜨리고, 경우에 따라 넘침이나 운전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럴 때 활용되는 것이 PDMS(폴리디메틸실록산) 실리콘 오일이다. KCC실리콘의 SF1000NFK060은 60,000 cSt의 높은 점도를 가진 실리콘 오일로, 소포제의 원료로 사용된다. 원리는 간단하다. 실리콘 오일의 낮은 표면장력이 거품을 이루고 있는 얇은 액막의 안정성을 떨어뜨려 거품이 빠르게 사라지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공정에서는 한 번 없애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고온과 높은 전단력이 반복되는 석유화학 공정에서는 소포 성능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하느냐도 중요하다. SF1000NFK060과 같은 고점도 실리콘오일은 이러한 조건에서 소포제의 성능과 지속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결국 거품을 제어하는 기술이 단순한 외관상의 문제를 넘어 공정의 안정적인 운전과 생산 효율을 뒷받침하는 기술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열과 수분으로부터 전자부품을 보호하다
전자기기의 고집적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내부 부품을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하는 기술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제한된 공간에 더 많은 기능이 집약될수록 전자부품은 열과 수분, 습기 등 다양한 환경 요인의 영향을 받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실리콘 레진 TSR144는 전기·전자 부품의 내열·방습·절연 코팅제 원료로 활용된다. 실리콘의 안정적인 Si-O 결합 구조를 바탕으로 높은 온도에서도 안정적인 특성을 유지하고, 부품 표면에 보호막을 형성해 수분과 외부 환경이 회로에 미치는 영향을 줄인다.
흥미로운 것은 이 보호막의 존재가 완제품에서는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작은 칩과 회로가 제 성능을 안정적으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이런 보이지 않는 보호 기술이 필요하다.
전자부품이 더 작고 정밀해질수록 그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얇은 한 겹의 보호막이 전자부품의 신뢰성을 지키는 든든한 방패가 되는 셈이다.
보이지 않는 소재가 만드는 분명한 차이
도료가 표면에 균일하게 퍼지는 것, 가죽 위에서 물방울이 스며들지 않는 것, 생산설비에서 불필요한 거품이 사라지는 것, 전자부품이 열과 수분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것. 서로 다른 산업에서 나타나는 이 장면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실리콘의 물성을 목적에 맞게 설계하고 활용했다는 점이다.
실리콘은 하나의 모습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분자 구조와 점도, 기능에 따라 계면활성제부터 변성 오일, 고점도 실리콘오일, 실리콘 레진까지 다양한 형태로 구현되며 각각의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그래서 실리콘의 가치는 소재 자체가 아니라 소재가 만들어내는 결과에서 드러난다. 표면의 완성도를 높이고, 공정의 불안정 요소를 줄이고, 소재의 성능을 보완하고, 전자부품의 신뢰성을 높이는 것.
눈에 보이는 제품의 품질 뒤에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소재 기술이 있다. 작은 첨가물 한 방울, 얇은 보호막 한 겹이 제품과 공정의 완성도를 바꾸는 것. 그것이 KCC실리콘이 산업 현장에서 만들어내는 차이다.
[기사 요약]
- 도료의 표면 품질을 높이는 표면 제어 기술 : Silwet 계면활성제가 코팅액의 표면장력을 낮춰 도료의 균일한 퍼짐과 도막 평활성을 높이고, 기포·핀홀 등 표면 결함을 줄이는 데 기여한다.
- 발수성과 촉감을 동시에 구현하는 소재 기술 : 실리콘 변성 오일 SM2360P가 가죽·합성피혁에 발수성을 부여하면서 소재 고유의 부드러운 촉감을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 산업 공정의 거품을 제어하는 실리콘오일 : 고점도 PDMS 실리콘 오일 SF1000NFK060이 소포제 원료로 활용돼 거품 발생을 제어하고 공정의 안정적인 운전을 뒷받침한다.
- 전자부품의 신뢰성을 높이는 보호 기술 : 실리콘 레진 TSR144가 전기·전자 부품의 내열·방습·절연 코팅제 원료로 활용돼 열과 수분 등 외부 환경으로부터 부품을 보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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