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이 불러온 위기
KCC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글로벌 경영 전략가

최재영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제31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기획재정부 재정기획국장, 세계은행 선임정책관, 대통령비서실 기획비서관 등을 거친 정통 경제 관료 출신이다. 이후 국제금융센터 원장을 역임하며 글로벌 거시 경제와 국제 금융 시장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쌓았다. 현재는 삼일PwC경영연구원 원장으로서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기업들이 선제적 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연구와 자문을 이끌고 있다.

 유가가 출렁이고, 환율이 치솟고, 물류비가 급등하는 지금, 중동 전쟁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에너지와 원재료 의존도가 높은 화학 업계,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KCC는 이 거대한 폭풍을 어떻게 해석하고, 대응해야 할까? 그 해법을 찾아 삼일PwC경영연구원 최재영 원장을 만났다. 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그가 KCC 그리고 KCC 구성원에게 건네는 냉철한 진단과 따뜻한 처방들.

최재영 원장은 지정학 리스크 같은 위기 상시화를 전제로 한 새로운 공급망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KCC가 마주한,
그리고 마주할 현실

최재영 원장은 이번 위기를 단기와 중장기로 나누어 봐야 한다고 말한다. 당장은 유가·환율·물류비라는 세 변수가 원가에 즉각적인 타격을 주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건 가격보다 물량이라고 지적한다.

“가격은 전가라도 할 수 있지만, 원료가 제때 안 들어오거나 물류가 막히면 공장 가동 자체, 즉 사업 운영의 뿌리가 흔들립니다. 상황이 악화되면 물량 확보를 최우선으로 봐야 해요.”

그러니 중장기적으로는 공급망 구조 자체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사태 자체는 단기 충격에 가깝지만, 미·중 갈등, 에너지 전환, 블록화된 무역 질서에 중동 리스크까지 겹치며 이미 진행 중이던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가속하는 변곡점이 됐다. 이젠 지정학 리스크와 같은 ‘위기 상시화’를 전제로 한 새로운 공급망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냉정하게 말해, 지금 벌어지는 변화는 업계 전체가 함께 견뎌낼 위기가 아닙니다. 승자와 패자가 명확하게 갈리는, 업계 판도의 대재편입니다.”

실제 글로벌 컨설팅사들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세계 화학 업계는 20년간 쌓아 올린 이익과 성과를 사실상 반납했고, 최상위 기업군과 최하위 기업군의 성과 격차는 매년 커지고 있다. 그 이면에는 가치를 만들어내는 원천 자체의 변화가 깔려 있다. ‘규모’에서 ‘기술’로, ‘자산’에서 ‘데이터와 AI’로, ‘원가’에서 ‘지속가능성’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중국의 대규모 증설 공세 앞에서 더는 규모로 이길 수 없고, AI를 쓰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수익 격차가 벌어지고 있으며, 탄소 감축 성과가 시장 진입의 필수 조건이 됐다.
“한번 뒤처지기 시작하면 따라잡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지금 이 시점의 선택이 앞으로 10년 뒤 KCC의 위치가 결정될 수 있다는 걸 구성원 여러분도 함께 느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최재영 원장은 중동 전쟁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가속하는 변곡점이 됐다고 말한다. 이 변곡점 이후 화학 업계는 승자와 패자가 명확하게 갈리는 판도의 대변화가 일어날 것이라 전망했다.

위기 속에서 증명될
스페셜티의 힘

이번 원자재 쇼크는 사실상 원자재를 다루는 모든 기업에 타격을 주지만, 그 타격감은 포트폴리오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최 원장은 KCC의 사업 구조가 가진 회복 탄력성에 주목한다.

”관건은 비용 부담을 고객에게 전가할 수 있느냐인데, 다행히 KCC는 건자재, 도료, 실리콘 응용 제품 등 다운스트림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원자재에 가까운 업스트림과 달리 다운스트림은 최종 수요처와 밀접해 업스트림 대비 가격을 조정할 여지가 더 크기 때문이다. 또한, 시장에 좌우되는 범용 제품과 달리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지닌 스페셜티 제품에는 ‘이 제품이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어 역시 가격 전가가 매끄럽게 이뤄진다. 

KCC의 경우 범용 실리콘 영역은 원재료 가격의 변동성과 중국발 공급 과잉에 이중으로 노출되어 있어 타격이 있을 수 있지만, 우주항공·전자·헬스케어용 실리콘이나 선박·자동차용 도료, 고기능성 건자재처럼 다운스트림과 스페셜티가 교차하는 영역은 강력한 방어력을 발휘할 것이란 전망이다. 어쩌면 이번 원자재 쇼크가 KCC 포트폴리오 전체를 위협하기보다 사업부별 격차를 벌리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 원장은 그간 스페셜티 비중을 끌어올리고 다운스트림 응용력을 강화해 온 KCC의 전략이 옳은 방향이었음을 증명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최 원장은 KCC가 다운스트림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시장에서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지닌 스페셜티 제품을 생산하고 있어 가격 전가가 매끄럽게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비는 철저하게,
공격은 과감하게

앞으로의 투자는 어떨까? 불확실성이 커지면 기업은 본능적으로 수비 모드로 전환한다. 투자를 늦추고, 현금을 쌓고, 비용을 조인다. 평상시라면 교과서적 대응이지만, 최 원장은 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저는 지금을 ‘산업의 캄브리아기’라고 부릅니다. 생명체가 폭발적으로 분화하던 그때처럼 지금은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이 폭증하는 국면입니다. 이런 시기에 수비만 한다면 곧 시장에서 퇴출당할 수 있어요. 코닥이나 블록버스터, 한때의 소니처럼요.”

과거 필름 카메라의 선두주자였으나 디지털 전환을 미루다 파산 위기를 겪었던 코닥, 오프라인 대여점의 영광에 안주하다 넷플릭스가 가져온 변화 앞에서 무너진 블록버스터 사례에서 짐작할 수 있듯, 그는 투자 수비는 철저하되 공격은 과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공격의 핵심은 내부와 외부의 기술을 결합하는 것. 우선 KCC 내부의 강력한 자산에 주목해야 한다. 건자재·도료·실리콘 등 주요 제품군에서 시장 1위를 지켜온 KCC에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현장 기술과 공정 노하우, 암묵지가 켜켜이 쌓여 있다. 다만, 숙련 인력이 은퇴하면 이 모든 자산도 함께 사라질 수 있으니, 세밀한 부분까지 디지털 데이터화하는 투자가 시급하다. 

동시에 내부에 없는 기술은 M&A로 흡수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KCC는 이미 모멘티브 인수라는 성공 사례를 통해 건자재·도료 회사에서 글로벌 실리콘 플레이어로 도약한 결단의 DNA를 가지고 있다. 최 원장은 국내 기업 역사에서도 손꼽히는 이 과감한 결단이 다시 필요한 시점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남들이 움츠릴 때 결정적인 기술을 가진 기업을 과감하게 품는 것, 그것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공격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포트폴리오에서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현금 창출력과 같은 전통적인 기준이 여전히 유효하지만, 최 원장은 새로운 세 가지 기준을 제안한다. 바로 미래 성장성, 차별적 경쟁력, 그리고 판의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다. 지금 얼마를 버느냐가 아니라 앞으로 5년, 10년 뒤에도 커지는 시장인지, 시장 점유율 순위보다 우리만의 독보적인 무기가 있는지, 회사 내부 전략보다 바뀌는 글로벌 판에 얼마나 맞는지를 따지는 것이 ‘사수해야 할 사업’과 ‘재편해야 할 사업’을 선택하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면 맥락을 읽고, 가치를 만드는 구체적인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계절이 바뀌면 옷장부터 바꿔라

위기 상황에선 조직뿐 아니라 구성원 개개인도 위축되기 쉽다. 이런 때일수록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역량이 필요하다. 최 원장은 수많은 분석한 결과, 성공을 이끈 역량이 3C, Context(맥락), Contents(실력), Communication(소통)으로 수렴된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 중 가장 먼저 갖춰야 할 역량은 단연 맥락을 읽는 힘이다. 

”여름이 지나고 겨울이 오고 있는데 여전히 샌들에 반바지 차림으로 다니면 답이 안 나옵니다. 패딩과 털모자를 갖춰야죠. 계절이 바뀌었는데 옷장을 바꾸지 않는 것, 이것이 대부분의 위기에서 사람들이 무너지는 이유입니다.”

맥락을 읽었다면 가치를 만드는 구체적인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AI와 공존하는 시대인 만큼 기술을 도구로 삼아 자신만의 가치를 창출하는 능력은 필수다. 마지막은 소통이다. 맥락에 대한 이해와 실력을 조직 안팎의 동료, 고객, 시장과 나누고 연결할 때 비로소 개인의 역량 역시 강력한 영향력을 갖게 된다.

그렇다면 3C의 출발점인 ‘맥락을 읽는 힘’은 어디서 나올까? 최 원장의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책을 통한 사유와 치밀한 관찰이다.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큰 판이 바뀌는 신호가 아닌지 끊임없이 의심하고 들여다보는 징후 감지력이 지금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라고 그는 말한다.

최 원장은 KCC가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전략으로 K.C.C를 제시했다.

리더로 도약하기 위한 나침반, K.C.C.

최 원장에게 KCC가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물었다. 그의 답은 K.C.C.다. 먼저 K는 Kickstart, 시동이다. 미래에 필요한 사업을 향해 선제적이고 과감한 시동을 걸어야 한다.

“기술이 급변하고 판이 바뀌는 시대에 하던 걸 계속하는 것이 가장 위험한 선택입니다. 불확실성이 정점에 있을 때 먼저 엑셀을 밟는 기업이 다음 시대의 주인공이 될 거예요. KCC는 이미 그런 결단의 DNA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이 다음 10년, 50년을 위한 시동을 걸어야 할 시점입니다.”

이어지는 C는 Connectivity, 연결이다. 건자재, 도료, 실리콘이라는 각기 다른 사업이 서로 강하게 연결될 때 KCC의 진짜 힘이 드러난다는 것. 동시에 탄소중립, 친환경 소재, 지속가능성이라는 시대의 요구와도 연결되어야 한다. 마지막 C는 Culture, 기업문화다. 최 원장은 기업문화가 장기적으로 가장 결정적인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파괴적 혁신 이론으로 유명한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는 기업이 가진 자원이나 프로세스보다 회사의 가치와 문화가 혁신과 생존을 결정짓는다고 했다. 자원은 살 수 있고, 프로세스는 베낄 수 있지만, 문화는 돈으로도 살 수 없고 어디서도 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기업문화는 경영진의 의사결정 패턴이 시간과 함께 누적된 결과입니다. 원칙 없이 단기 실적에 흔들리고, 구성원을 부품으로 취급하는 대응은 나쁜 문화를 만듭니다. 반대로 원칙이 분명하고, 길게 보며, 사람을 존중하는 대응이 쌓이면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강력한 무기가 정착됩니다. 좋은 문화는 좋은 인재를 끌어오고, 좋은 인재는 그 문화를 다시 강화하고요.”

마지막으로 이 위기의 시대를 슬기롭게 헤쳐나가기 위해 그가 전하는 메시지, 그 중심에는 도전이 있다.

”기술 분야는 아껴선 안 됩니다. 심지어 그 기술이 지금 잘되고 있는 기존 사업에 위협이 될 수 있더라도 과감하게 도전해야 합니다. 구글이 자사 매출의 핵심인 검색 광고를 잠식할 AI를 누구보다 공격적으로 밀어붙이듯 내 밥그릇을 내 손으로 깬다는 각오 없이는 살아남을 수도, 다음 시대를 열 수도 없습니다. 이젠 준비된 자에게 도약의 기회가 찾아오는 시대입니다. KCC와 KCC 구성원 모두에게는 그럴 만한 역사와 역량이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

KCC구성원 Q&A
Q. 석유 파동과 비교했을 때, 이번 위기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특징과
우리가 가장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지표는?

최재영 원장’s Tactics

  • 단기적으로는 물량 확보를, 중장기적으로는 공급망 재설계를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
  • P투자의 수비는 철저하게, 공격은 과감하게 할 것
  • 포트폴리오는 미래 성장성, 차별적 경쟁력, 판의 변화에 대한 적응력, 세 축으로 점검할 것
  • 스페셜티 비중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리고, 다운스트림 응용력을 강화할 것
  • 구성원은 3C(Context·Contents·Communication)를 키우되, 그중 맥락을 읽는 눈을 먼저 키울 것
  • 기술 투자와 도전은 기존 사업에 위협이 되더라도 절대 미루지 말 것

댓글 4개

  1. khk*** 2026.05.04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잘 헤쳐 왔기에 지금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높이 날기 위해 동료 여러분 힘냅시다!

  2. shs*** 2026.05.04

    임직원 분들이 있기에 kcc가 발전할 수 있습니다. 26년도 화이팅!!

  3. shi*** 2026.05.04

    미래를 잘 준비해서 지속가능한 회사로 갑시다

  4. yjj*** 2026.05.04

    1.변곡점을 기회로 만드는 DNA 2.스페셜티로 증명하는 독보적 가치 3.미래를 여는 3C의 주인공 KCC구성원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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