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오리지널리티
글로벌 학술정보 분석기업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Clarivate Analytics)는 매년 각 분야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상위 1%의 논문을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자(HCR, Highly Cited Researchers)를 선정한다. 작년에는 전 세계 70여 개 국에서 총 6,602명이 글로벌 HCR로 선정됐으며 우리나라는 총 47명이 선정됐다. 김종승 교수는 화학 분야에서 8년 연속 HCR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열심히 연구하고 논문을 냈는데,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요. 게다가 우리나라는 아직 기초과학 경쟁력을 더 키워야 하고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를 많이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죠. 다른 연구자들이 제 논문을 재미있고 신기해하며 인정하고 인용하는 점에 대해 굉장히 고무적이고 은퇴할 때까지 계속 명예로운 HCR에 선정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종승 교수는 약을 만드는 화학자다. 화학 하면 으레 도료나 염료, 비료 같은 화학제품을 떠올리겠지만 사실 페니실린, 아스피린 등 인류의 생명을 연장시킨 대부분의 치료제는 화학자에 의해 탄생했다. 김종승 교수는 현재 항암제와 알츠하이머 치료제, 노화세포를 없애는 약 등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중 항암제는 임상 3상을 앞두고 있다.

난공불락 삼중음성 유방암을 함락시키다
김종승 교수가 개발한 항암제는 표적 암 치료용 약물전달 시스템을 이용해 부작용 없이 암세포만을 파괴시키는 ‘저분자를 이용한 표적지향형 항암제’다. 일반적으로 항암제를 투여하면 암세포를 찾아 공격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항암제가 정상세포도 함께 공격하면서 부작용이 발생한다. 이때 가장 큰 반응을 보이는 것이 바로 모근 세포로, 항암치료를 하면 머리털이 빠지는 것이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이에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정확히 암세포만을 찾아 항암제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약물전달 시스템(DDS, Drug Delivery System) 연구가 전 세계에서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수많은 연구가 진척된 결과 암세포와 정상세포 도달 비율이 현재 7 대 3 수준까지 발전했다. 김종승 교수는 이 비율을 9 대 1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고려대학교에 차세대분자테라노시스연구단을 만들고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단에서는 암 혹은 치매와 같은 중증 질병의 세포 및 조직 내의 바이오마커(Biomaker)를 감지할 수 있는 유기 바이오 센서 기반 약물전달 시스템을 활용해 삼중음성 유방암 치료제 개발에 성공했다.

“유방암 중에 가장 치료가 어려운 암이 삼중음성 유방암입니다. 삼중음성이란 에스트로겐 수용체, 프로게스테론 수용체, HER2 수용체가 모두 없다는 의미로 표적치료제를 쓸 수 없습니다. 전체 유방암 환자 중 15%를 차지하는데 약이 없어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1, 2형 유방암 치료제를 처방받지만 효과는 없어요. 저희 연구단은 수많은 고민과 오랜 연구 끝에 정상세포와 삼중음성 암세포를 구분하고, 암세포만 공격하는 약물전달 시스템과 치료제를 개발해 현재 임상 3상 진행 중입니다.”

부작용도 치료제 개발에 있어 중요한 이슈였다. 강한 암세포를 죽여야 하는 만큼 독성이 강한 항암제를 써야 하는데 그로 인한 탈모, 구토, 설사, 체중 감소 등의 부작용은 환자들에게 또 다른 고통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묘책이 바로 항생제였다. 항암제가 암세포 내 핵을 공격한다면 항생제는 암세포 내의 미토콘드리아를 공격한다. 미토콘드리아는 한번 파괴되면 세포가 완전히 망가지기 때문에 세포의 대사를 막아 결국 암세포를 죽게 만든다. 재발의 우려도 없다. 임상1상에서 일반인 상대로 시험한 결과 아무 이상이 없었다. 그리고 현재 임상3상을 준비하느라 눈코 뜰 새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약을 개발하는 화학자로서의 신념
“작년에 암 투병 중이신 78세 어르신에게서 전화를 받은 적이 있어요. 신문에서 기사를 보고 전화하셨다며 언제 치료제가 나오시냐고 물으시더라고요. 임상까지 다 거치고 상용화하는 데 5년이 걸리는데, 차마 그렇게 말을 할 수 없어 6개월 뒤에 다시 전화를 달라고 말씀드렸지만 다시 연락이 없었습니다. 제가 약을 더 빨리 개발했더라면 하는 안타까움에 지금 개발 중인 약이 환자분들에게 하루빨리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자꾸 커집니다. 그렇다 보니 사회적 의무, 소명이 저절로 생기고 제가 하는 일의 중요성을 새삼 계속 느끼고 있습니다.”
어릴 적 그저 화학과 생물이 좋아 화학자의 길을 선택했던 김종승 교수는 더 나아가 난치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이들을 위해 사명감을 가지고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조금 더 명확하게 발병 여부를 진단할 수 있는 화학센서, 여기에 약을 추가해 치료까지 가능한 약물전달 시스템과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그가 운영 중인 연구단 이름에 테라피(Therapy, 치료)와 다이그노시스(Diagnosis, 진단)가 합쳐진 테라노시스(Theranostics)가 들어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약을 개발하고 있는 것은 국내에서는 유일무이하다.
김종승 교수는 우리나라의 기초과학, 화학 인프라가 약한 점을 아쉬워하며 인력 양성에 이바지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교육자로서 제자들에게 불치병을 치료하는 신약 개발이라는 소명과 자긍심을 심어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부디 우리 화학계에 인재가 많이 늘어나면 좋겠습니다. 바이오테크놀로지가 부상하면서 정부에서도 관심을 갖고 지원을 많이 해주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노력들이 차곡차곡 쌓이면 나중에 대한민국 최초 노벨 화학상 수상이라는 결실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김종승 고려대학교 화학과 교수
지난 20여 년간 암세포만 진단하여 사멸 치료할 수 있는 화합물을 법을 연구해왔다.
그동안 530여편의 논문을 발간했으며, 총 인용 수가 4만회를 넘는 등 해당 분야에서 선도적 역할을 해오고 있다.
2016년 국가연구개발 성과평가 유공 근정포장에 이어 2017년 인촌상(과학기술부분)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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