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볍고 튼튼한 에너지 저장 소재의 탄생
탄소나노튜브는 탄소 원자 6개로 이루어진 육각형들이 하나로 연결되어 튜브 모양을 이루는 물질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여느 소재와 달리 가볍고 튼튼하면서도 전기 전도성이 매우 우수한 것이 특징이다. 머리카락 굵기의 1/20,000 정도의 지름을 가진 탄소나노튜브 수억 개를 하나로 엮으면 3mm 내외의 가느다란 실이 탄생하는데, 이것이 바로 김태훈 선임연구원이 주로 연구하는 소재인 탄소나노튜브 섬유다.

탄소나노튜브 섬유는 탄소나노튜브의 특성을 그대로 품고 있으면서도 표면과 내부 사이사이에 빈 공간이 많은 다공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다 보니 빈 공간을 다른 물질로 채우면 탄소나노튜브 섬유의 장점을 그대로 이어받으면서도 새로운 성질을 추가로 부여할 수 있다. 김태훈 선임연구원 연구팀이 올 1월 인하대학교 양승재 교수 연구팀과 함께 개발‧발표한 다기능성 탄소나노튜브 섬유도 이러한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먼저 탄소나노튜브 섬유에 다른 물질이 잘 달라붙도록 표면처리를 한 다음, 전기를 많이 저장할 수 있는 다공성 소재를 붙여서 일정 정도로 성장시킵니다. 그 후 열을 가해서 다공성 소재를 탄화시키면 일종의 활성탄이 탄소나노튜브 섬유에 단단하게 자리 잡는데요. 이렇게 만들어진 섬유를 마치 옷감처럼 직조해서 순간적으로 높은 출력의 전기를 충‧방전시킬 수 있는 고강도 섬유형 슈퍼 커패시터(Super Capacitor)를 제작한 것이 이번 발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구 과정에서 발견한 새로운 가능성
기존의 배터리는 별도로 배터리의 무게를 지지하는 소재를 필요로 한다. 자동차의 프레임에 별도의 배터리 탑재 공간이 마련돼 있는 것만 봐도 이를 잘 알 수 있다. 반면 다기능성 탄소나노튜브 섬유는 가벼운 데다가 튼튼하고, 배터리의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다양한 모양으로 성형이 가능해 별도의 소재가 필요하지 않다. 예를 들어 자동차의 지붕이나 트렁크 바닥을 다기능성 탄소나노튜브 섬유로 만들면 한층 가벼운 차체로서의 기능과 배터리로서의 성능을 모두 발휘할 수 있기에 별도의 배터리를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사실 다기능성 탄소나노튜브 섬유는 2년간의 연구 끝에 2020년에 개발을 완료했습니다. 작년에는 그 결과를 논문화하는 데 집중했죠. 그러다 보니 후속 연구도 꽤 진행돼 있습니다. 기존에는 탄소나노튜브 섬유의 표면에 다공성 탄소를 입혔다면, 지금은 탄소나노튜브 섬유 사이사이에 비어 있는 공간에 다공성 탄소를 결합시킵니다. 덕분에 섬유의 표면이 매끄러워져 활용성도 한층 높아졌죠. 앞으로는 경제성 확보와 대량 생산에 주안점을 두고 추가 연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번에 공개된 다기능성 탄소나노튜브 섬유는 김태훈 선임연구원이 수행하고 있는 ‘입는 배터리’ 개발 프로젝트의 연장선상에서 탄생한 결과물이다. 가볍고 전기 전도성이 우수한 탄소나노튜브 섬유를 활용해 입을 수 있는 배터리를 개발하던 중 강성과 강도까지 매우 뛰어나다는 점에 착안, 다기능성 탄소나노튜브 섬유가 충분히 배터리 겸 외장재로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을 세상에 널리 알린 것. 김태훈 선임연구원의 넓은 연구 안목을 읽을 수 있는 지점이다.

‘탄소나노튜브 섬유 선진국’을 향한 도전
탄소나노튜브 섬유는 내‧외부의 빈 공간에 어떤 물질을 결합시키느냐에 따라 여러 가지 용도로 쓰일 수 있다. 다공성 탄소를 결합시키면 배터리로, 전자파 흡수 및 차단 물질을 결합시키면 전자전 무기를 막는 국방용 소재로, 가볍고 튼튼한 특성을 활용하면 우주‧항공 분야의 초경량 전도성 소재로 사용할 수 있다. 요컨대 탄소나노튜브 섬유의 활용 폭은 무궁구진한 셈. 김태훈 선임연구원은 복합재료연구실의 동료 연구원들과 함께 그 미래를 하나씩 실현시킬 예정이다.

“제가 몸담고 있는 복합재료연구실은 전자파 차폐 및 흡수 소재 개발, 탄소나노튜브 섬유 기반 에너지 기능성 연구, 가벼우면서도 기능성이 높은 금속복합소재 개발 등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저의 주요 연구 소재인 탄소나노튜브 섬유와 우리 연구실의 역량을 잘 결합시킨다면 기존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소재를 우리 손으로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탄소나노튜브 섬유 기술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꾸준히 연구를 이어 나갈 계획입니다.”
소재 연구는 다른 공학 분야 대비 기간이 길며 꾸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신소재가 단번에 시장을 지배할 수 있는 구조도 아니다. 하지만 혁신을 주도하겠다는 열정과 인내심으로 깊이 연구하다 보면 탄소 섬유처럼 커다란 부가가치가 한꺼번에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이 김태훈 선임연구원의 생각이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응용소재화학기업인 KCC도 지속적인 연구와 투자를 이어 나간다면, 언젠가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소재를 탄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이런 와중에 한국재료연구원과 저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기꺼이 힘을 보태겠습니다.”
김태훈 한국재료연구원 복합재료연구본부 기능복합재료연구실 선임연구원
탄소나노튜브와 나노섬유 연구로 박사 과정을 밟은 뒤 2016년 한국재료연구원에 입사했다. 대학원 시절 펼친 두 연구과제를 하나로 합친 탄소나노튜브 섬유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올 1월 전기를 급속 충‧방전할 수 있는 다기능성 탄소나노튜브 섬유를 세상에 선보였으며, 앞으로 여러 기능성을 지닌 탄소나노튜브 섬유를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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