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아늑한 위로
붓 한 자루 손에 쥐면 그만이었다. 입버릇처럼 ‘심플’을 외치며 단순함의 미학을 추구한 장욱진(1917~1990)은 작은 캔버스 안에 삶의 희로애락을 촘촘히 직조했다. 천진한 거장의 작품은 대부분 작은 크기지만, 손바닥만한 그림 안에는 온 우주가 들어 있었다.


동화 속 풍경처럼 아늑한 그림 안에서 잔잔한 온기가 피어오른다. 동산 위에 커다란 나무가 자라고, 그 위에 작은 집이 있고, 안에는 오손도손 가족이 모여 산다. 해가 뜨고, 새가 날고, 나무에 누운 아이는 세상 근심 없는 모습으로 낮잠을 잔다. 가족·집·자연은 장욱진의 그림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소재다. 화백은 아버지와 어머니, 아이들로 구성된 가족의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그렸는데, 동물을 그릴 때도 가족을 함께 그려 외롭지 않게 했다. <가족도>는 장욱진이 평소 아끼던 그림으로, 작품이 팔린 후 1972년에 아쉬워서 한 번 더 그렸다고 한다. 우리가 지금의 <가족도>를 볼 수 있는 이유다.
평생 집과 가족을 그린 장욱진은 ‘화가’란 말을 좋아했는데, 화가에 ‘집 가(家)’ 자가 들어간다는 이유에서다. 시대별 작업실을 기준으로 작품의 양상을 논할 정도로, 장욱진의 작품과 집(아틀리에)은 불가분의 관계다. 양주 강변에 지은 덕소 화실, 낡은 한옥을 개조한 명륜동 화실, 농가를 수리한 수안보 화실, 초가삼간을 개조한 용인 화실이 그곳이다. 가족과 함께 지낸 명륜동 작업실(1975~1979) 시절의 작품은 가족의 이미지가 주변 환경과 평화롭게 조화를 이룬다. 아내와 단둘이 지내며 심리적 안정을 찾은 수안보 작업실(1980~1985) 시절엔 자연친화적이며 도가적인 경향의 작품을 주로 그렸다. 덕소 작업실(1963~1975) 시절 남긴 장욱진의 고백도 눈길을 끈다. “부지런히 캔버스를 마저 채워야지. 끝나는 대로 가족에게로 뛰어가야지. 그러고는 꼭 한 잔의 술을 집사람한테 받아야지.”
비우고 또 비워낸 ‘심플’


장욱진은 김환기·박수근·유영국과 함께 한국 미술의 현대화를 이끌고 한국적 추상화를 확립한 거장으로, 한국의 전통과 서구식 회화기법을 접목해 독창적인 작품을 선보였다. 생전에 장욱진은 “산다는 것은 소모하는 것, 나는 내 몸과 마음과 모든 것을 죽는 날까지 그림을 위해 다 써버려야겠다.”라고 말하곤 했다. 쉰일곱에도 나이를 물으면 “나이는 왜? 일곱 살!”이라고 답했던 장욱진은 “어린이의 순수함을 잃지 말아야 마땅한데, 그러자면 나이는 먹을 게 아니라 뱉어야 한다”고 했다.
화백을 똑 닮은 그림은 소탈하고 소박하다. 사각과 삼각의 간결한 형태에서도 따스함은 흠뻑 배어나온다. 자연을 저만치 두고 대상으로서 그린 서양의 풍경화와 달리, 둥글게 어우러진 장욱진의 작은 그림은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미학이 있다. 장욱진은 집이나 나무를 중심으로 해와 달, 사람이 자연스럽게 대칭을 이루는 구도를 자주 사용했다.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새 네 마리도 좌우 날개처럼 절묘하게 균형을 이룬다. <시골집> 하늘엔 해와 달이 동시에 떠 있어 낮과 밤이 공존하는 모습이다. 이외에도 나무 위에 집이 올라가 있기도 하고 원근법을 전혀 무시하기도 하는 등 장욱진의 그림에는 시간과 공간이 끊어진 세계가 엿보인다. 새가 네 마리인 것도 의미가 있다. 화백에게는 딸이 넷 있었는데 “다 크면 (시집가서) 날아가버리니 네 마리 새를 그린다”고 했다. 집 안엔 부부가 앉아 있고, 마당에선 닭 두 마리가 한가롭게 노닌다. 늘 작가의 곁을 맴도는 개의 모습도 정겹다.
뉴노멀 시대에 건네는 희망


지치고 힘이 들 때 우리는 가장 먼저 집을 떠올린다. 코로나19는 이전까지 당연하게 여겼던 집과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했다. 일제식민지와 6.25 등 격동의 시대를 살았던 장욱진에게도 집은 남다른 의미를 가진 듯하다. <자화상>은 한국전쟁이 한창일 때 그렸다. 두 아이를 고향의 어머니에게 맡기고 피난 갔다가 마음이 놓이지 않아 다시 돌아온 자신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하늘엔 오색구름이 찬연하고 논밭엔 황금물결이 이는 한가로운 풍경이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전쟁 속 극한의 고통을 뒤로하고 사랑하는 가족과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싶다는 바람을 어색한 연미복 신사가 자연을 활보하는 구도로 표현했다.
여전히 팍팍하고 혼란스러운 뉴노멀 시대, 장욱진의 그림은 가족과 집의 소중함을 되새기며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작은 그림 속 소담하게 지어진 집에 모여 앉은 가족이 예나 지금이나 단란한 행복을 품고 우리를 기다리는 듯하다.
KCC가 제안하는 명화 속 컬러
장욱진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녹색은 빨강과 노랑 다음으로 가시성이 높은 색이다. KCC 인테리어 전문가용 페인트인 ‘숲으로 셀프’에서도 녹색을 찾아볼 수 있다. 목재용 페인트 ‘올리브그린’ 제품으로 산뜻하면서도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컬러감이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해 침실이나 공부방을 꾸밀 수 있다. 또한, 올리브그린은 화이트·그레이·우드 컬러와도 잘 어울려 벽지 페인트, 몰딩, 목재 가구 등 셀프인테리어에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컬러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포스트 코로나 시대, 올리브그린 컬러를 활용한 홈인테리어로 지친 마음을 달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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