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의 연구실] 마이크로 OLED 디스플레이로 앞당기는 실감기술 시대

실감기술에 실감을 더하는 초소형 디스플레이

고글을 쓰면 현실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가 눈앞에 펼쳐지고, 안경알 위에 착용자가 원하는 각종 정보가 표시된다. 그동안 영화가 예언해 온 미래가 오늘날 속속 현실화되고 있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중심으로 한 실감기술(eXtended Reality‧XR)이 날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실감기술을 보다 실감 나게 구현하려면 크기가 아주 작으면서도 높은 해상도를 지닌 고해상도 마이크로 디스플레이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디스플레이 선진국들의 기업과 연구기관에서는 OLED(Organic Light Emitting Diodes‧자체발광형 유기물질)와 LED(Light Emitting Diode‧발광 다이오드)를 활용한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개발 및 상용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조남성 책임연구원이 속한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실감디스플레이연구실도 그중 하나다.

 

“우리 연구실은 OLED를 활용한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연구 개발에 힘써 왔습니다. TV, 스마트폰 등 일상 IT 기기의 OLED 디스플레이는 화면이 크기 때문에 각 화소(Pixel)의 크기도 수십 ㎛(마이크로미터) 내외로 비교적 큽니다. 반면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에 사용하는 OLED 디스플레이는 마이크로라는 수식어를 붙일 정도로 작기 때문에 화소의 크기도 3㎛ 수준으로 줄여야 화면을 고해상도로 출력할 수 있는데요. 이를 실현하기 위해 OLED 디스플레이 제작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유리 혹은 플라스틱 대신 반도체 기판으로 활용되는 실리콘 기판을 사용합니다. 때문에 OLEDoS(OLED on Silicon)라는 이름으로도 불리죠.”
조남성 책임연구원과 동료 연구원들은 오랜 연구 끝에 지난해 11월, 3㎛ 이하의 화소가 1인치당 2,300개 밀집된 초고해상도 패널을 활용해 미국의 1센트 동전만큼 작은 2,300ppi급 0.7인치 크기의 OLED 마이크로 디스플레이를 세상에 선보였다.

긴밀한 협업으로 이룩한 공정 혁신

우리가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OLED 디스플레이는 빛을 내는 OLED 부분과 포토레지스트를 재료로 활용해 색깔을 구현하는 컬러필터 부분을 따로 만든 뒤 하나로 합친다. 컬러필터 제작 공정에서는 200~250℃의 열이 발생하는데, OLED는 100℃ 이상의 고온을 만나면 망가지기 때문에 별도로 제작할 수밖에 없다. 더불어 화소 크기가 수십 ㎛ 수준이어서 정밀 합착이 가능하다는 점도 이러한 제작 공정이 자리 잡은 주요 배경이다.
“반면 우리가 개발한 OLED 마이크로 디스플레이는 화소 크기가 3㎛에 불과하기에, 두 부분을 따로 만들어 정밀 합착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따라서 OLED층 위에 바로 컬러필터를 구현해야 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고온에 의한 OLED 변성을 막으려면 저온에서도 컬러필터를 구현할 수 있는 포토레지스트가 필요했습니다. 우리가 관련 기업들과 협업해 100℃ 이하에서도 컬러필터를 만들 수 있는 저온 포토레지스트를 개발한 이유입니다.”


연구진은 이러한 저온 포토레지스트를 국내 최초로 OLED 디스플레이에 적용, 앞서 언급한 2,300ppi급 0.7인치 OLED 마이크로 디스플레이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OLED 제작 공정과 컬러필터 제작 공정을 하나로 합침으로써 생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기술적 토대도 마련했다. 한편 포토레지스트는 2019년 자행된 일본의 수출 규제 품목 중 하나로, 저온 포토레지스트 개발을 통해 일본의 이른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종) 기업들을 앞서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다.

뜨거운 연구열로 맞이하는 실감기술 시대

실감디스플레이연구실과 조남성 책임연구원은 2,300ppi급 0.7인치 마이크로 OLED 디스플레이를 개발한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해상도가 한층 높은 3,000ppi급 마이크로 OLED 디스플레이를 개발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실리콘 기판부터 저온 포토레지스트까지 디스플레이 개발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접붙이기 위해 여러 기업과 협업하며 부지런히 발품을 판 끝에 거둘 수 있었던 귀중한 성과다.
“마이크로 OLED 디스플레이 관련 소재를 취급하는 기업이 많았다면 연구 개발 효율이 더욱 높았을지도 모릅니다. KCC와 같이 개발 여력이 충분한 응용소재화학기업이 일반적인 유리 제품을 넘어 실감기술에 활용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첨단 유리 제품 개발에 관심을 기울여 주신다면, 관련 분야의 성장 속도에 한층 탄력이 붙을 것 같습니다.”


조남성 책임연구원의 말마따나 실감기술 시대는 하루가 다르게 가까워지고 있다. 글로벌 IT 기업들은 자사의 IT 기기를 통합하는 스마트 글래스를 출시할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으며, 사업 미팅‧업무 협업‧홍보 마케팅 등 여러 분야에서 실감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조남성 책임연구원은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앞으로도 실감기술을 더욱 알차게 활용할 수 있는 OLED 디스플레이를 다방면으로 개발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각오를 말하는 그의 강렬한 눈빛에서 우리나라 OLED 디스플레이의 밝은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조남성 한국전자통신연구원 ICT창의연구소 실감디스플레이연구실 책임연구원

2011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입사 후 우리나라에서 가장 처음으로 OLED 디스플레이 연구를 시작한 실감디스플레이연구실에서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 구현을 위한 마이크로 OLED 디스플레이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경쟁국이 넘볼 수 없는 디스플레이 초격차 기술을 꾸준히 개발하는 것이 그의 영원한 지상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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