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의 연구실] ‘희토류가 나지 않는, 희토류 자석 강국’을 꿈꾸다

우리의 일상을 움직이는 희토류 자석

눈에 보이지 않지만 현대의 일상을 움직이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품이 있다. 바로 자석이다. 웬만하면 손에서 놓지 않는 스마트폰, 업무를 보거나 게임을 할 때 사용하는 PC와 노트북, 스마트한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태블릿PC와 스마트워치, 집에서 쓰는 TV‧세탁기‧청소기‧공기청정기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사용하는 거의 모든 전자제품에 자석이 쓰인다. 최근 IT 기기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전기자동차 시대로 진입하면서 자석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전자제품에는 대부분 ‘Nd-Fe-B 자석(이하 네오디뮴 자석)’이 들어갑니다. 이 중 Nd, 즉 네오디뮴은 요즘 중국의 전략 무기화 등으로 인해 주목받고 있는 희토류의 한 종류입니다. 사실 희토류로 분류되는 17종의 원소는 모두 철과 결합하면 자성을 띱니다. 그중 자력의 세기, 경제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네오디뮴 자석이 전자제품에 가장 적합하기에 이 자석을 쓰죠.”
문제는 네오디뮴의 전략 무기화 가능성과 높은 가격이다. 희토류 생산국에서 외교 문제 등을 빌미 삼아 해외 수출을 막으면 반도체‧전기자동차‧IT 등 우리나라가 주력으로 삼는 산업에서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아울러 가격의 경우, 작년에만 4배로 폭등했을 정도로 고공행진을 이어 나가고 있다. 이정구 실장이 이끄는 자성재료연구실은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5년 전부터 네오디뮴 자석에서 30%를 차지하는 네오디뮴을 Ce(이하 세륨)으로 치환하는 연구를 꾸준히 진행해 왔다.

값싼 재료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다

희토류는 물질 특성상 17종이 따로 떨어져 있지 않고 하나로 뭉쳐져 있다. 따라서 희토류를 생산할 때는 광석에서 희토류를 채굴하는 과정과 채굴한 희토류를 각각의 종류로 분리하는 공정이 이어진다. 이때 네오디뮴의 생산량은 전체 희토류 중 18% 정도로 상당히 적다. 반면 세륨의 생산량은 전체 희토류의 50% 정도다. 그런데 세륨은 반도체 연마제 정도로 쓰일 뿐 용도가 제한돼 있어 주요 희토류 생산국인 중국에서도 애써 생산한 세륨을 야적장에 쌓아 놓을 정도다. 당연히 가격도 매우 낮아 네오디뮴의 1/100 수준이며, 물량이 넘치는 만큼 가격 변동성도 적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네오디뮴 함량을 낮추고 세륨 함량을 높일 순 없습니다. 기존 방식대로 자석을 만들면 세륨이 응집된 비자성 입자가 형성되고, 그만큼 자력의 세기가 낮아지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희는 비자성 입자 형성을 막기 위해 기존의 자석 제조 공정 대신 매우 빠른 냉각속도를 적용해 비자성 입자 형성을 억제하는 멜트스핀법과 재료에 강한 압력을 가해 자력의 방향을 한쪽으로 모으는 열간변형법을 개발, 적용했습니다.”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네오디뮴 함량의 30%를 세륨으로 치환했음에도 기존의 네오디뮴 자석보다 오히려 자력이 조금 더 강한 자석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 것. 이정구 실장 연구팀은 이 자석에 ‘비정질 전구체 열간변형 자석(APD‧Amorphous Precursors Deformation)’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나아가 이 자석의 국내외 지적재산권 5건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으며,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국내 기업 2곳에 기술 이전을 완료했다.

희토류 사용량 최소화를 향한 노력과 열정

이정구 실장 연구팀의 성과는 이뿐만이 아니다. 전기자동차의 바퀴를 굴리는 구동모터는 굉장히 빠르게 돌아가는 만큼 매우 높은 열이 발생한다. 그런데 네오디뮴 자석은 높은 열을 받으면 자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며, 이는 전기자동차의 달리기 성능 저하로 이어진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네오디뮴 함량의 1/3가량을 중희토류로 치환해야 하는데, 그 가격이 네오디뮴의 10배로 굉장히 비싸다. 이에 따라 자성재료연구실은 지난 10년간 중희토류의 사용량을 줄이면서도 전기자동차 구동모터로 사용할 수 있는 자석을 개발하는 데 힘썼으며, 그 결과 지금은 중희토류 사용량을 1/10 이하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렇듯 희토류 자석 분야에서 여러 업적을 이뤄 온 이정구 실장은 “응용소재화학기업인 KCC도 이 분야에서 일익을 담당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말을 이었다.
“지금까지는 추출한 희토류를 부숴서 분말화한 뒤 자석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희토류는 입자를 작게 쪼갤수록 산화되기 쉬워서 수 마이크로미터 단위 정도로밖에 크기를 줄일 수 없어요. 입자가 작아질수록 자력의 세기가 커지는데도 말입니다. 반면 희토류를 화학적으로 합성해서 분말을 만들면 입자 크기를 나노미터 단위로까지 줄일 수 있습니다. 충분한 연구 개발과 지원이 뒤따른다면, KCC도 이 분야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이정구 실장은 현재 네오디뮴 자석의 세륨 치환량을 50%까지 늘리는 연구와 함께, 폐차된 전기자동차의 구동모터 희토류를 재활용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더불어 앞으로 더 많은 인재가 자성재료 연구에 뛰어들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데에도 일조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이정구 실장. 그는 오늘도 ‘희토류가 나지 않는, 희토류 자석 강국’을 향해 열심히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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