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도 언젠가 빛을 잃는다. 태양의 주성분은 수소인데 그런 수소를 다 소모하면 지금처럼 열과 빛을 낼 수 없다. 과학자들은 앞으로 몇 십억 년에서 몇 백억 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태양은 더 이상 지금처럼 빛나지 못할 거라고 한다.

밤하늘에 빛나는 우주의 다른 별들도 태양과 같은 원리로 빛을 낸다. 세월이 지나면 별들도 하나둘 빛을 잃는다는 뜻이다. 심지어 우주에서 강력한 힘으로 온갖 이상한 일을 일으키는 블랙홀조차도 시간이 지나면 점차 쪼그라들며 소멸한다. 이런 식으로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나면 결국 우주의 모든 것은 잿더미가 되어 사라지고 만다. 이런 상태를 일컬어 옛 학자들은 우주의 열적 죽음 상태라고 불렀고, 상당수의 현대 과학자는 실제로 우주에 그 시기가 찾아올 수 있다고 말한다.
나는 10년 전쯤, <최후의 마지막 결말의 끝>이라는 단편 소설에서 그런 우주의 마지막 순간에 떨어지게 된 사람을 이야기로 쓴 적이 있다. 주인공은 특수 우주선을 실험하는 임무에 참여했는데, 사고가 생겨 우주선이 타임머신과 비슷한 형태로 움직이게 된다. 그 바람에 너무나 터무니 없이 먼 미래로 가고, 도착해 보니 우주는 열적 죽음을 맞은 후다. 그렇기 때문에 주인공은 자신과 자신이 타고 있는 우주선 말고는 우주에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소설의 중심 내용은 사람은 커녕 풀 한 포기, 돌멩이 하나 볼 수 없는 우주선 밖에서 운명의 주인공이 도대체 뭘 하며, 어떻게 살아가느냐 하는 것이다. 주인공은 우주선을 자기 집으로 삼고, 혼자서 남은 일생을 살아야 한다. 그렇기에 심심함과 무료함을 견디기 위한 갖가지 애처로운 노력을 하기도 하고, 그런 삶에서 무엇을 목적으로 삼고 어디서 보람을 찾아야 하는지 깊이 궁리하기도 한다.
대화 상대 한 명 없는 우주선 안에서 주인공은 생각에 생각만 거듭하다가 이상한 발상에 빠져들기도 한다. 이를테면, 지금 우주에 있는 단 하나의 의미 있는 공간은 바로 주인공이 집으로 삼고 있는 우주선뿐인데, 그렇다면 자신이야말로 처음으로 우주 전체를 정복한 사람 아니겠냐고. 주인공은 그렇게 중얼거리다 스스로 어이가 없어 웃는다.

우리가 우주의 종말을 맞이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그 비슷한 처지가 될 때가 있다. 좁은 내 방 말고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고, 바깥에서 누구를 만나 도움을 얻을 수도 없다는 생각이 들 때. 침대 위에 누워 혹은 방바닥에 엎드려 뭘 해야 할지 몰라서 답답한 마음에만 빠지게 될 때. 살다 보면 그런 때가 찾아 온다. 그리고 그럴 때일수록 외롭기 마련이어서, 세상에 나를 이해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런 깊은 외로움을 맞이하면 지구엔 사람으로 가득하고, 우주의 남은 시간이 몇 십억 년도 더 된다는 사실이 더 막막하게 다가온다. 왜 이 세상에서 나만 이런 거지. 나만 이렇게 된 거지. 고민은 외로움을 더 크게 만들고, 고민에 빠져 있는 나와 내가 머무는 방은 텅 빈 우주가 된다.

그럴 때 나는, 방에 누워 있는 내가 우주의 끝에 홀로 남아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처음엔 무시무시한 악몽 같지만 생각이 계속되면, 우연히 시작했다가 문득 끝나버리는 삶도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알게 된다. 그러다 보면 우주의 마지막을 마주한 소설 속 주인공처럼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세상을 어떻게든 살아갈 용기를 내 본다. 새로운 음악을 듣기도 하고, 집 안 청소를 열심히 하기도 하고, 예전에 읽은 책을 다시 읽어 보기도 하면서. 그렇게 나는 우주 같은 내 방 안에서 다시 힘을 내 볼 순간을 기다린다.
그리고 다시 방문을 열고 나와 원래의 세상에 뛰어들 때, 우주의 종말과 같았던 내 집은 아직 새로운 일이 수없이 벌어지고 있는 우주와 다시 연결된다. 그렇게 좌절한 사람의 집은 곧 우주의 종말을 거쳐, 다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내는 곳이 되는 것이다.
곽재식 소설가
과학 소설을 시작으로 역사, 추리, 괴담, 환경문제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들과 활발한 방송 활동으로 대중에게 친숙한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그래서 우리는 달에 간다>, <괴물 과학 안내서> 등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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