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결] 우리 곁에서 점점 멀어지는, 목재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애국가 가사에 소나무가 등장할 만큼 우리나라는 소나무를 무척이나 의미 있게 다루어 왔다. 여러 문학에서 선비의 강직함을 상징하는 소재로 사용되기도 했고, 한옥 재료로써 주요하게 사용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기후변화 등의 이유로 한반도의 생태계가 크게 변하면서 소나무 군락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우리는 예전만큼이나 건축 자재로서 한국 나무를 의미 있게 생각하고 있을까?

우리나라가 상당수의 목재를 수입하고 있는 캐나다는 침엽수를 계획적으로 생산한다. 가문비나무(Spruce), 소나무(Pine), 전나무(Fir)가 주요 수종인데, 이들은 북미에서 발달한 경량목구조 건축의 기본 자재로 사용된다. 세 나무는 특징도 비슷해서 앞 글자를 따 S.P.F라고 통칭하고, 따로 구분도 하지 않는다. 캐나다는 오래전부터 S.P.F의 생장 속도와 목재 소비량을 장기적으로 고려해서 계획적인 임업을 해오고 있다. 벌목을 하고 나면, 다음 수십 년 뒤를 위한 새로운 나무를 바로바로 심는 것이다.

오랜 기간 임업을 준비하고 목조건축 연구를 지속해 온 북미와 북유럽은 현재 풍부한 산림자원과 기술을 바탕으로 수십 층의 현대적인 건축물을 완성하고 있다. 20세기 철과 콘크리트 건축 시대를 넘어 21세기형 친환경 목조건축을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목재의 결방향을 엇갈려 겹친 CLT(cross laminated timber)와 같은 공학목재는 현대 건축의 새로운 재료로 주목 받을 만큼 철골이나 철근콘크리트 못지 않은 강성을 갖추고 있다. CLT를 이용해 2019년 지어진 Mjostarne 빌딩만 해도 18층에 높이 85.4m를 자랑하며 그 견고함을 뽑내고 있지 않던가?

우리나라 역시 마룻바닥에서 맨발로 생활할 정도로 목재와 친근한 삶을 지향하는 문화를 갖고 있다. 건축 외부는 물론 실내도 원목 마감을 선호하고, 원목 가구를 좋아한다. 더불어 만약 한옥에서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대부분은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기능과 경제성을 고려한다면 목재의 선택은 어려워진다. 그러다 보니 건축자재의 마감을 나무 대신 나무 무늬 플라스틱 필름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강화 마루나 강마루 표면, PVC 창호나 ABS 문짝에 나무를 본뜬 필름을 붙이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1,500년 전 황룡사 9층 목탑을 만들었을 만큼 다른 어느 나라와 비교할 수 없는 목조 건축 역사가 있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목재의 편안함과 수려함을 사랑하는 그 마음은 여전하다. 하지만 지금, 우리 나무로 우리 건축을 할 수 있냐고 물으면 대답은 냉담하다. ‘아니오’. 목재와 산림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이 턱없이 부족하고, 연구와 개발 또한 다른 재료들에 비해 터부시되기 때문이다. 간혹 문화유산 보수, 복원에 국한해 국산 목재가 사용되긴 하지만, 이마저도 산림청과 국가유산청이 국산 목재를 사용하려는 노력을 기울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디지털 발전이 가속되고 가상의 환경이 등장하는 시대이지만, 그만큼 자연 재료에서 느낄 수 있는 고유한 감각도 중요하지 않을까? ‘아기 돼지 삼 형제’ 이야기에서 목재로 집을 지은 둘째 돼지의 선택이 앞으로의 시대엔 더 적합할 지도 모른다. 캐나다 사례처럼 목재의 물리적 특성을 이해하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나무를 심고 기르고 가공하는 과정을 통해서 우리 땅에서 자란 우리 목재로 우리 삶을 건축하는 시대를 준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민재 건축가

AnLstudio(에이앤엘스튜디오)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로서 건축 재료,구법,프로그램을 재구성하는 건축을 선보이고 있다. 문체부 젊은건축가상 수상과 서울시건축상 등을 수상하고, <땅은 잘못 없다>를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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