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깊은 나무가 맞이한 새로운 계절
HCD건설(주)

정돈된 산길을 담담하게 걷다 보면 대뜸 궁금해진다. 저 커다란 나무의 뿌리는 어디까지 뻗어 있을까. 아마, 지금 이 순간에도 더 깊은 곳을 향해 무던히도 뻗어가고 있겠지. 그런 생각이 들 때면 계절의 존재가 새삼 대견해진다. 여름에서 가을, 가을에서 겨울, 봄 그리고 다시 여름. 한 바퀴 완주마다 나무에게 나이테 한 겹을 덧입히고, 뿌리를 늘려 더 깊은 곳으로 뻗어가게 하니까. 40년 동안, 무던하게 한 길을 걸어온 ‘HCD건설(전 해창개발)’도 40번의 계절을 지나온 그런 나무와 닮아 있었다.

이번 여름, 토목전문건설기업 HCD건설에 유난히 큰 변화가 있었다. 대표자와 사명이 바뀌며 한 꺼풀 젊은 나이테가 덧입혀졌고, 단단히 뿌리내려 있던 철학과 가치도 새로운 방향으로 뻗어가기 시작했다. 창업자 박규하 전 대표(현 회장)가 지켜온 ‘존중’의 DNA가 새롭게 취임한 박성민 대표에게 그대로 이어져서일까. 클라이언트와 임직원을 존중하는 중심은 틀어짐 없이 올곧게 지키면서, 시대 흐름과 속도에 맞춰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다. 파주의 작고 꾸밈없는 카페에서 만난 박성민 대표는 앞으로의 변화를 말하기에 앞서 약 15년 전, 인도네시아에 겪은 기묘하고, 흥미로운 일화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왼쪽) HCD건설 박성민 대표와 (오른쪽) KCC건설 이덕수 차장이 KCC건설 ‘김포파주고속도로 3공구 현장’을 함께 점검하고 있다.

마음에 심은 ‘존중’이란 뿌리

2009년, 당시 법인장으로 인도네시아 발전소와 터널 공사 현장에 방문한 박성민 대표는 자카르타를 거쳐, 수마트라섬으로 향했다. 공항에서 내리자 그를 맞이한 건 광활한 밀림과 강렬한 태양만이 아니었다. 경찰과 군인, 그리고 반란군들. 한국에서 오는 건설기업가가 있다는 소식에 섬에 있는 다양한 조직 수장들이 모인 것이다. “저를 무슨 현대건설 회장 정도로 알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아닌 걸 아는 순간부터 등을 휙 돌리고 말도 안 걸더라고요. (웃음)” 그날의 강렬한 신고식은 시작에 불과했다. 너무나도 다른 문화와 생활 방식, 보고도 믿기 힘든 공사 현장 환경, 무엇보다 이슬람이라는 낯선 종교까지. 무엇 하나 한국과 비슷한 구석이 없었다. 극단적인 ‘다름’에 둘러싸여 고립되던 중 ‘코란’(이슬람교 경전)을 읽게 되고, 점차 그들의 방식을 수긍해 나간다. 그렇게 다름은 자연스럽게 ‘존중’으로 변하고, 소통과 신뢰의 신호탄이 된다.

HCD건설과 KCC건설은 2016년, 이천 충주 철도건설 제4공구 노반 시설 기타 공사로 협업을 시작해 현재는 지금까지 파트너십을 이어오고 있다. 위 사진은 현재 협업 중인 김포파주고속도로 3공구 현장의 토지 평탄화 작업이 한창인 모습이다.

존중에 대한 예찬은 그의 아버지이자 기업가 선배인 박규하 회장부터 시작된다. “어릴 때 어머님이 자주 하시던 말씀이 있어요. 내일은 정말 길바닥에 쫓겨날 수 있다고. (웃음) 처음엔 무서웠는데, 워낙 자주 가압류 경고가 날아오니까 나중엔 그러려니 되더라고요.” 들쑥날쑥 현금 유동이 큰 건설업을 40년간 이끌어온 박규하 회장은 단 한 번도 임직원 월급을 미룬 적 없다. 집을 담보로 잡아서라도 정해진 월급날을 지켰으니까. 이런 마음가짐은 협업 과정에서도 짙게 묻는다. 국내에서 손꼽는 기술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신뢰를 쌓는 것은 물론, 클라이언트 파트너가 위기에 처했을 땐 굉장한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버티며 파트너를 지켜준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임직원, 클라이언트 파트너에게 신뢰를 심어주는 이 존중의 철학이 40년간 HCD건설을 버티고, 성장시키게 만든 단단한 뿌리인 셈이다.

박규하 회장과 박성민 대표의 모습.

새로운 계절을 향해

하지만 시대가 바뀌고, 임직원과 클라이언트의 세대도 변하면서 존중에 대한 관점도 조금은 바뀌었다. 자연스럽던 회식 문화가 이제는 개인 시간을 뺏는 일명 ‘꼰’스러운 문화가 된 것처럼. 업력이 오래될수록 관점이 다른 세대 간 갈등은 잦을 수밖에 없다. 박성민 대표는 그런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아주 사소하지만, 가장 중요한 관점부터 변화시켰다. 오랜 기간 재직한 임직원들이 젊은 임직원들을 대하는 태도부터 변화시켰는데, 가장 먼저 짚은 부분이 바로 ‘반말’이다. 나이가 많건 적건, 직급이 높건 낮건 존대를 사용하는 문화를 사내에 정착시킨 것이다.

“그럼에도 젊은 후배에게 반말하거나 커피 심부름 같은 걸 시키는 임직원분이 보이면 즉시 지적했어요. 하루아침에 언어 습관을 바꾸기 어렵다는 건 저도 알아요. 그런데 어쩌겠어요. 바꿔야 할 건 바꿔야지. 말은 태도를 바꾸고, 태도는 행동을, 행동은 생각을 바꾸기 때문에 가장 먼저 변화시켜야 하는 부분이었어요.” 그는 사내 문화만이 아니라 앞선 기술과 좋은 사람을 향해서도 시선을 던졌다. 드론, AI 등의 첨단 기술 개발에 투자해 건설 환경을 보다 안전하고 간편하게 변화시키고, 앞으로 HCD건설를 끌어 나갈 인재도 적극적으로 찾아 헤매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수로, 지하철, GTX 등 오랜 시간 쌓아온 ‘터널 공사’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를 한층 날카롭게 벼려내서, 기술 집중도를 높여갈 계획이다. 이전까지 신뢰를 향해 존중의 뿌리가 뻗어 갔다면, 이젠 미래지향적 소통과 기술을 향해서도 뻗어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현장에서의 업무를 모두 끝마치고 돌아가는 HCD건설과 KCC건설 파트너들

HCD건설이라는 나무는 40번의 계절을 거치며 제법 단단해졌다고,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스스로를 타이를 생각이 없어 보인다. 땅으로 들어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터널을 만들 듯, 계속해서 뿌리를 뻗어 쑥쑥 자라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으니 말이다. 이번 여름을 기점으로 많은 변화를 맞이하며 이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뻗어가기 시작한 HCD건설. 앞으로 어떤 모습과 어떤 가치를 지니며 성장해 나갈지 기대가 앞선다.

댓글 1개

  1. ysc*** 2026.01.31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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