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닭 100마리를 살렸다.”
몇 년 전, 미원(조미료)의 광고를 보고 발상의 전환에 감탄한 적이 있다. 한창 MSG를 섭취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던 때였다. 미원은 해당 광고로 MSG가 생명을 살리는 면모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며 부정적인 인식을 타파하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 MSG를 음식에 넣으면 상대적으로 소금을 덜 섭취할 수 있어 오히려 성인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도 있다. 단순히 자연에서 유래한 성분이 아니라는 이유로, 화학적인 공정을 거쳐 만들어졌다는 이유로 긍정적인 부분이 가려지고 부정적인 이미지만 남은 것은 MSG뿐이 아니다.
사실 플라스틱도 생명을 살리기 위해 개발된 재료다. 1869년에 코끼리가 남획으로 멸종 위기에 처하자, 당구공의 재료인 상아를 대체하기 위해 최초의 플라스틱인 ‘셀룰로이드’가 만들어졌다. 셀룰로이드는 기능상의 문제로 당구공까지는 만들지 못했지만, 거북이 껍질이나 상아를 대체하는 재료인 건 틀림없었다. 이후 영화산업, 전기산업, 군수산업에 거쳐 점점 영역을 확대해가며 플라스틱 또한 종류가 다채로워지고 기능이 개선되었다. 병원에선 멸균에 효과적이라는 이유로 일회용 플라스틱이 도입되며 유리병과 고무 튜브를 대체하게 되었고, 이는 인간의 평균 수명 연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또한, 플라스틱을 활용한 대표적인 제품이라 할 수 있는 비닐봉투는 처음엔 몇 번이고 재사용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제품으로 개발되었다. 당시 주류였던 종이봉투를 대체했으니, 무분별한 벌목을 줄일 수 있는 ‘친환경’ 제품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원래 의도와는 다르게 플라스틱 제품을 ‘일회용’으로 사용하면서 튼튼하다는 장점이 오히려 분해되는 데 오래 걸린다는 치명적인 단점으로 바뀌어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건설현장에서 플라스틱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다양한 종류의 플라스틱은 내, 외장재와 단열재에 이르기까지 넓은 범위에 거쳐 사용되고 있다. 그중 *폴리카보네이트는 가볍고 강도가 높으며 단열에 유리한 재료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유리를 대체할 수 있는 재료로 꼽힌다. 실제로 방탄 기능이 있는 창호를 제작하는 데 쓰이기도 한다. 가볍고 강도가 높으므로 운송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절감할 수 있고, 단열에 유리하므로 냉난방에 드는 에너지를 아낄 수도 있다. 최근엔 기능이 더 우수해지고 미관마저 수려한 제품들이 나오고 있다.
* 폴리카보네이트: 높은 강도와 내열성을 가지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우수한 강도, 내열성, 내충격성, 투명도 등의 장점으로 광학, 가전제품, 건축 소재로써 다양한 분야에 널리 쓰인다.
이렇듯 플라스틱은 무수한 장점도 있지만, 비닐봉투 사례처럼 사용되는 방향에 따라 환경호르몬, 환경오염, 미세플라스틱 등으로 생명을 죽일 수도 있는 재료다. 이에 대응하여 최근엔 실리콘이 플라스틱을 대신할 미래 재료로 연구가 지속되고 있다. 일상에선 실리콘 쟁반, 접시, 컵, 도마 등이 고온에서 환경호르몬이 발생하지 않아 관심을 끄는가 하면, 다양한 자연환경에서도 변형이 없다는 장점 때문에 건설 현장까지 활용 범위가 넓어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붕에 실리콘 방수 코팅을 하여 내구성을 높이고, 접착력을 활용해 조립식 건축은 물론이고 콘크리트, 유리, 알루미늄 등의 자재를 결함 시키는 데 탁월하다. 하지만 플라스틱을 완전히 뛰어넘기 위해선 비용이나 범용성 등의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실리콘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관심이 필요하다.
올여름, 전북 부안군에 답사차 방문했다가 깜짝 놀랄만한 경험을 했었다. 해수욕장에 들러 바다에 발을 담그는 순간, 뜨거운 물이 피부를 적신 것이다. 작년까지는 아무리 더워도 바닷속은 시원했었던 터라, 점점 가속화되는 지구가열화를 온몸으로 체감했다. 인간이 만져도 뜨거운 바닷속에 대체 어떤 생명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젠 정말, 건축물 생애주기에서 재료의 순환을 고려해야 할 때다. 아무리 튼튼한 건설용 플라스틱이라도 언젠가 건물이 철거되면 결국 버려지기에, 제조 과정에서부터 폐기와 재사용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뜻이다. 건축가로서 지구를 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은 그런 지속 가능한 재료를 사용해 온실가스를 덜 쓰고도 쾌적하게 지낼 수 있는 건물을 짓는 일이다. 그래서 플라스틱과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실리콘, 그 두 재료 모두 사용되고 폐기되는 전 과정에서 오직 생명에게 이로운 방향으로만 발전해 나가길 바랄 뿐이다.![]()
문주원 건축가
건축사사무소 산토건축을 곧 개소할 예정이며, 강원대학교 삼척캠퍼스 외래교수로 활동 중이다. 건축의 지역성에 관심을 가지고 여행을 다닌다. 도서 『고요와 평화로 지어올린 성당』을 지었다.

이전 글
[컬러맛집] 언더독 컬러의 반전 매력! ‘나야, 검은색’
다음 글
[Glasstory] 세계로 향하는 장대한 여정의 불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