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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31

[갑자기 실리콘] 전기차 시대, 떠오르는 실리콘카바이드(SiC)

탄소와 결합해 더욱 강한 소재로 거듭난 실리콘

자동차 동력이 내연기관에서 전기로 전환하면서 부품도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전력반도체의 핵심소재, 실리콘카바이드(SiC, Silicon Carbide)가 변혁의 중심이다. SiC 전력반도체 시장이 본격 개막한 가운데 국내·외 기업들도 공들여 공급망 구축에 나서고 있다.

다이아몬드만큼 강하고 전력효율도 쑥!

오늘날 반도체는 일상이 됐다. 가전제품, 통신망, 인공지능, 양자 등등 전방위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며 인류를 새로운 세상으로 인도하고 있다. 반도체라고 하면 흔히 칩이나 메모리를 떠올리지만, 정확히는 전기가 잘 통하는 ‘도체’와 전기가 통하지 않는 ‘부도체’ 사이에 있는 물질을 뜻한다. 도체와 부도체의 중간 정도 전기전도도를 지녀서 이름도 반(半)도체다.
‘파워 반도체’라고도 불리는 전력반도체는 전압·전류·주파수·직류·교류 등 전기 형태를 변환하는 스위치 역할을 하며, 모든 전기·전자제품을 제어하는 데 필수로 쓰인다. 현재 대부분의 전력반도체는 실리콘웨이퍼를 기초소재로 사용하는데, 최근 SiC 소재의 전력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반도체 제조 시 가장 많이 활용해온 소재인 실리콘은 150℃가 넘으면 반도체 성질을 잃어버리고 높은 전압도 견디기 어렵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더 강한 소재를 만든 게 바로 실리콘카바이드다. 실리콘, 즉 규소에 탄소를 결합하면 실리콘카바이드가 되는데, 탄소 성질이 더해져 매우 튼튼하다.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로 꼽히는 다이아몬드의 모스 경도가 10인데, 실리콘카바이드는 9.2~9.3에 이른다. 또한, 실리콘보다 작은 크기로도 전압을 견디고 전력 손실이 적기 때문에 전기자동차에 들어가면 에너지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

규소에 탄소를 결합해 고전압, 고전류, 고압에서도 동작이 가능한 실리콘 카바이드

테슬라도 주목한 SiC, 전기차 대중화 이끈다

자동차 한 대에는 엔진, 모터, 배터리, 제너레이터 등 다양한 부품이 들어간다. 전력반도체는 이 모든 부품의 상호작용을 컨트롤하는 PCU에 사용된다. 전기차 배터리의 직류전기를 교류전기로 바꿔 모터에 공급하는 인버터의 핵심부품이기도 하다. 전기차 인버터를 SiC 반도체로 만들면 에너지 효율이 최대 10% 올라 주행거리를 그만큼 늘릴 수 있고, 인버터의 부피와 무게도 줄어든다. 발열이 적다는 것도 장점! 냉각장치를 최소화하거나 아예 없앨 수 있어 전력 손실도 줄이고 차체 중량도 줄어드니, 이중으로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이쯤 되니 완성차 업체들도 SiC 공급망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SiC 전력반도체 시장은 2019년 5억 달러(약 6,530억 원)에서 오는 2026년 49억 달러(약 6조 4,000억 원)로 약 10배 성장할 전망이다. 2018년 테슬라가 자사 전기차 모델에 SiC 전력반도체를 처음 도입한 이후, 현재 전체 전기차의 약 30%가 SiC 전력반도체를 채택하고 있으며, 2025년이면 60%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재료기술의 혁신과 더불어 칩·패키지 공정이 고도화하면서 SiC 전력반도체 채택률은 지속적으로 상승할 전망이다.

극한 우주까지 진출! 반도체 미래 될까

SiC 전력반도체는 태양전지·연료전지, 무중단 전력공급장치, 방산·우주·항공과 같은 첨단산업까지 활용범위가 무궁무진하다. 다만 가공하기가 까다롭기 때문에 실리콘카바이드 가공기술이 곧 전력반도체 생산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실리콘카바이드 전력반도체 설계·제조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물다. 국내 기업의 전력반도체 시장점유율은 아직 1% 남짓. 원천기술과 특허로 인해 전력반도체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확보한 메모리 반도체와 대조되는 모습이다.
최근 한국이 누리호와 다누리 탐사선 발사에 성공하며 우주 시대를 연 가운데, 탐사기술을 구현할 차세대 반도체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인공위성, 탐사로봇 등 우주 환경에서 사용하는 반도체는 그동안 실리콘이나 화합물 반도체 기술을 주로 활용해왔다. 그러나 극고온·극저온·고전력·고압·고충격·고방사선 등 극한의 우주 환경에서 쓰기에는 물리적 특성의 한계가 뚜렷했고, 진화한 물성을 가진 반도체 개발이 절실했다. 바로 UWBG(Ultra-Wide Bandgap) 반도체 기술이다. UWBG는 기존 반도체 소재보다 에너지 밴드 갭이 넓은 소재로, 더 높은 전압과 온도에서도 전력 효율성을 발휘한다. 실리콘카바이드 반도체, 다이아몬드 반도체, 산화갈륨(Ga2O3) 반도체, 질화알루미늄(AIN) 반도체 등이 이에 해당한다.
UWBG 반도체는 고온 동작, 고방사능 저항도, 고전압·고전력 동작이 가능하고, 시스템의 크기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반도체 기판 제작 기술의 한계 등으로 인해 시장 가격이 높고 양산성이 낮다. 또한 극소수 국가만이 가지고 있는 원천기술로, 기술 이전도 쉽지 않은 문제다. K-산학연이 일제히 연구·개발에 뛰어든 만큼, 원천기술과 생산 경쟁력을 확보하여 거대한 미래시장을 선점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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