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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31

[KCC 컬러 캔버스] Life is Colorful! 이토록 밝고 유머러스한 ‘Pink’

다채로운 컬러를 독창적으로 조합한 플로린 스테트하이머

뉴욕 재즈 시대를 빛내다

스테트하이머의 그림은 밝고 소란하다. 기대와 낭만이 부풀어올랐던 재즈 시대, 뉴욕의 사회상을 생동감 넘치게 담아낸 그녀는 다채로운 컬러를 독창적으로 조합해 세상에 없던 빛을 피워냈다.
화가이자 무대 디자이너, 시인, 극작가였던 플로린 스테트하이머(Florine Stettheimer, 1871~1944)는 뉴욕의 부유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생의 대부분을 어머니, 두 자매와 함께 살았다. 일찍이 그림에 소질을 보였던 스테트하이머는 뉴욕 아트 학생리그에서 정식으로 미술공부를 시작했다. 미국과 유럽을 오가다 제1차 세계대전 직전 귀국해 새로운 회화 스타일을 구축했는데, 망명한 유럽의 초현실주의자들과 뉴욕의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이 뒤섞여 현대미술의 새 장을 열어젖히던 당대 풍경을 캔버스에 상세히 옮겼다.

가족 초상화 II(Family Portrait II), 1933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났을 때, 스테트하이머는 종전을 자축하며 자유의 여신상이 서 있는 뉴욕의 모습을 낙관적인 필치로 그렸다.(<NewYork/Liberty>(1918)) 그녀의 낙관대로 모든 것이 폭발적으로 되살아나던 1920년대 뉴욕에는 금융·상업·문화·예술·자본이 모여들며 거대한 랜드마크가 하나둘 생겨났다. 그 시기 탄생한 아르데코 양식 건축물의 정점, 크라이슬러 빌딩은 1933년작 <가족 초상화 II>에 배경으로 등장해 관능적으로 빛나고 있다. 그림 왼쪽, 검은 정장 차림에 빨간 구두를 신고 팔레트를 들고 있는 여인이 바로 플로린 스테트하이머다. 옆에는 동생 에티(Ettie)가 의자에 앉아있는데, 극작가였던 에티의 무릎에는 책이 한 권 놓여 있다. 중앙에는 커다란 꽃 세 송이가 활짝 피어 있고, 핑크색 장미 옆에는 어머니 로세타(Rosetta)가 앉아 있다. 맨 오른쪽에는 또 다른 동생 캐리(Carrie)가 서 있다.

벤델백화점의 봄맞이 세일(Spring Sale at Bendel’s), 1921

<벤델백화점의 봄맞이 세일>(1921) 속 여인들은 형형색색의 옷들로 자신만의 색깔을 표현하며 축제 같은 쇼핑에 도취돼 있다. 호화로운 샹들리에로 치장해 마치 궁전 같은 외관의 백화점은 ‘새 옷에 어울리는 꿈같은 미래’도 잠시나마 약속해주는 듯하다. 전후 뉴욕 상류층의 모습을 유머러스하게 풍자한 이 그림은 스테트하이머의 대표작 중 하나다. 대담하다 못해 이상하고 초현실적인 그림을 즐겨 그린 그녀는 밝은 색조의 독창적인 조합을 좋아했다. 빗방울을 다이아몬드 프린지로, 먹구름을 핑크색 꽃으로 바꾸는 방식도 흥미로운데, 장식적이고 비유적인 묘사로 당대 미술계에 신선한 대안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괴상하게 패셔너블한’ 컬트 모더니스트

애즈버리 파크 사우스(Asbury Park South), 1920

플래시드호(Lake Placid), 1919

마치 무대장면 같은 구성으로 표현된 작품들에서 스테트하이머는 가족과 친구들을 종종 등장시켰다. 아방가르드 예술가이자 페미니스트였던 그녀는 논쟁의 여지가 있는 주제도 거침없이 다뤘다. 흑인과 백인이 분리된 듯 어우러져 뉴저지 해변을 즐기는 모습을 담은 <애즈버리 파크 사우스>에서는 프랑스 미술가 마르셀 뒤샹이 핑크색 양복을 입고 산책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1919년작 <플래시드호>에는 유대교·힌두교·가톨릭 등 다양한 종교를 가진 친구들이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모습을 담았다. 스테트하이머는 장밋빛 가운을 입고 호수에 발을 들여놓고 있으며, 주변 여성들은 춤추고 다이빙하고 유유자적 야생을 즐기며 거침없이 쾌락을 추구한다.
스테트하이머는 페미니스트로서 최초의 누드 자화상을 그리고, 인종과 성적 취향에 관한 논란을 묘사하기도 했다. 음모 위에 꽃다발을 들고 있는 그녀의 재기발랄한 표정은 전통적인 누드화와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1934년에는 오페라 <세 행위의 네 성도>의 무대 디자인과 의상을 만들었는데, 셀로판으로 무대를 덮고 깃털로 야자수를 만들어 찬사를 받았다.

아방가르드 살롱에서 새 빛을 쏘다

재즈 시대로 불리는 1920년대는 스테트하이머가 가장 왕성한 작품활동을 펼쳤던 시기다. 스테트하이머는 자매들과 함께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을 위한 살롱을 종종 주최했는데, 마르셀 뒤샹, 조지아 오키프 등의 엘리트 인사들을 비롯해 국외 추방 아티스트, 동성애자, 흑인 등 당대 가장 유망한 예술인들이 경계 없이 모여들었다.

태양(Sun), 1931

핑크 캔디 하트의 사랑 비행(Love Flight of a Pink Candy Heart), 1930

스테트하이머는 특이하게도 작품을 공개적으로 전시하는 것보다 지인들에게만 보여주는 걸 선호했으며, 작품을 모임 내에서 발표하는 것으로 한정했다. 1916년 노들러갤러리에서의 단 한 번의 개인전을 제외하고는 일평생 작품을 거의 공개하지 않았으며, 판매하지도 않았다. 그림을 팔지 않았기에 화가로서 주목받지 못했고, 다른 예술가들이 전시할 때 그림을 빌려주기도 했다. 모더니스트 화가 조지아 오키프는 1929년 스테트하이머에게 “나는 당신이 우리처럼 평범해지고, 자신의 그림을 보여주길 바란다”는 편지를 쓰기도 했다. 작품 판매와 홍보, 전시를 하지 않기로 선택함으로써 스테트하이머는 스스로를 해방했고, 결과적으로 그녀의 그림은 당대의 지배적인 미술 경향과 확연하게 차별화되었다.
오해받고 외면당했던 천재 예술가는 1944년 5월 11일 암으로 사망한 후 유언대로 화장돼 허드슨강에 자유롭게 흩어졌다. 삶이, 예술이 어찌 늘 찬란할 수만 있겠냐마는, 스테트하이머는 작품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나는 내 빛을 켜고 나 자신이 되었다. 그러니, 두려워 말고 각자의 색깔대로 생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며 마음껏 춤추길!”

KCC가 제안하는 명화 속 컬러

밝은 분홍 KCC JK0105와 진한 분홍 KCC JK0025, 숲으로 셀프 베이비 핑크는 괜스레 들뜨고 간질간질한 마음을 표현하기 좋은 색이다. 핑크는 신체 에너지를 자극하고 불안과 우울을 다독이는 힘을 가졌다. 로맨틱하고 감각적인 핑크빛 인테리어로 일상에 생동감 넘치는 기운을 들여보자. KCC 공식 홈페이지숲으로 인스타그램을 방문하면 더 다양한 핑크색 컬러와 활용 예시를 찾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