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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31

[어웨이큰] 정답사회에서 나다운 사회로

2008년에 시작되어 해마다 트렌드를 연구하고 분석해 발표하는 <트렌드 코리아>. 늘 새로운 현상을 관찰하는 이들이 발견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세월과 함께 변화하는 트렌드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는 점이다. 바로 태초부터 이어져 온 인간의 욕구다. 성장하고 싶은 욕구,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되고 싶은 욕구가 표현되는 방식이 달라지는 것이 바로 ‘트렌드’다. 그 어느 때보다 개인의 개성이 중요해지는 시대, 개인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이 모이고 분류되며 만들어지는 방향성이 2025 트렌드를 가리키고 있다.

매해 발간되는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는 새해를 맞이하며 사람들이 토정비결만큼이나 관심 있게 찾아보는 베스트셀러다. 7년째 트렌드 코리아 집필에 함께하며, 5년째 공저자로 참여하고 있는 한다혜 박사는 이 책이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에게서 주요하게 포착되는 현상들을 묶어 설명하는 것일 뿐 미래를 예측하는 책은 아니라고 전한다. 각 분야의 전문가 200인이 모여 자유롭게 난상 토론을 하며 현재에 나타나는 상황 중에 앞으로 중요해질 것들을 정리해 책으로 펴내는 것으로, 예측서라기보다는 해설서에 가깝다는 것이다.

개성이나 취미 등은 개인화•파편화되지만 같은 것을 즐기는 집단끼리는 또 동질성을 가지고 뭉치는 시대. 주거 역시 커뮤니티 등을 통해 같은 동네 사람끼리 뭉치는 것처럼 개인이 중요해지고, 취향과 삶의 방향성이 같은 사람들이 소비 트렌드의 물꼬를 트고 있다. 소비의 의미가 단순히 필요한 것을 사는 것에서 꼭 필요하진 않지만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 뿌듯하게 해주는 것 등으로 원하는 물건을 소비하는 시대로 변화한 지금, 개인의 유동성을 어떻게 조직의 역동성으로 끌어모을 수 있는지를 고민할 때다.

<트렌드 코리아 2025> 공저자인 한다혜 박사가 책에 친필 사인을 하고 있다. 본 기사 페이지 하단에 있는 댓글 이벤트에 참여하면 저자 친필 사인 책을 선물로 받을 수 있다.

Q 2025년 푸른 뱀의 해를 맞아 <트렌드 코리아>가 제시한 표제어는 ‘스네이크 센스’입니다. 2025년의 경제 전망과도 맞물려 있는 키워드인 것 같은데요. 어떤 의미에서 이런 키워드를 선정하셨는지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지지부진한 침체가 계속되는 시기에는 작은 변화가 중요해집니다. 소비자들이 미래에 대한 기대가 높지 않기 때문에 ‘현재’의 ‘소소한’ 움직임이 의미를 갖는 것이지요. 그래서 2025년 소비트렌드는 ‘현재 지향적’이면서도 ‘작은 변화’를 중심으로 흘러갈 전망입니다. 경기 침체기에 소비자의 작은 변화에 더욱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뱀처럼 예민한 감각을 가지자는 의미로 ‘스네이크 센스’라는 표제어를 제시하였습니다.

Q 2025년의 경제 전망이 밝지만은 않습니다. 2025년 트렌드로 제시한 세부 키워드들에도 이런 분위기가 반영되어 있을까요?

올해의 10대 트렌드 키워드는 크게 두 가지 맥락을 고려할 수 있는데요. 첫 번째로, 정체되는 시장에서의 작은 변화들입니다. 소비자는 큰 행복을 꿈꾸기보다 무탈한 하루에 만족하며, 자기 계발 역시 원대한 성장을 꿈꾸기보다는 오늘의 작은 성취감을 찾으려는 경향이 강해지지요. 이러한 키워드들에서 지속된 불황, 내수경기 침체 등의 분위기가 일부 반영되어 있습니다.

두 번째로, 경제 말고도 시장을 주도하는 것이 있습니다. 기술의 진보, 기후 위기, 인구구조의 변화 등인데요. 거시적 환경이 초래하는 구조적인 변화 역시 계속되는데 이로 인해 촉발되는 트렌드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한다혜 박사의 키워드 설명을 듣고 있는 KCC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

Q 2025년 트렌드 키워드 중 첫 번째로 소개된 것이 옴니보어인데요. 옴니보어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옴니보어는 10개의 키워드 중 소비자의 큰 변화를 담고 있는 키워드입니다. 주어진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자신만의 소비스타일을 가진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는 의미이지요. 그간 고객을 생각하면 우리가 갖고 있던 ‘전형성’이 있는데요. 연령이나 성별로 인해 갖고 있던 전형성이 흐려지고, 개인 간의 차이가 늘고 있다는 트렌드가 산업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시니어라고 해서 꼭 케어나 건강기능식품을 위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며, 연령대가 어리다고 해서 노화에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죠. 또 최근에는 여성 소비자가 남성 소비자보다 프로스포츠에 더 큰 관심을 보이기도 하고요. 이러한 현상들을 모두 ‘옴니보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트렌드가 확산하면, ‘고객’을 정의하고 타겟을 바라보는 관점에 변화가 필요합니다. 이에 첫 번째 키워드로 옴니보어를 소개했습니다.

Q 아보하(아주 보통의 하루)라는 키워드도 눈에 띕니다. 한때 유행했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아보하’는 무탈하고 평범한 하루하루에 집중하며, 이러한 삶을 가치 있게 여기는 태도를 의미합니다.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오늘날, 계속된 경기침체로 소비자의 몸과 마음도 지쳐가고 있어요. 최근 부상하는 ‘아보하’ 트렌드는 특별하고 작은 순간의 행복을 좇았던 ‘소확행’과 달리, 일상 그 자체의 소중함을 느끼는 모습을 표현한 키워드입니다. 남들에게 과시하기 좋은 상품보다는 나에게 집중하는 상품, 예를 들어 고급 치약이나 고급 수건 등이 인기를 끄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또한, ‘뜨개질’이나 ‘러닝’, ‘독서 필사’ 등 내면을 중시하는 취미들이 사랑받는 것도 ‘아보하’ 풍경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앞으로 소비자의 기후 감수성이 점차
높아질 거예요. KCC와 같은 기업에서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소비자의
기후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상품들을 선보이면 좋을 거라 생각돼요

Q KCC는 도료(페인트), 창호와 같은 건자재, 실리콘, 건설 등을 포함한 글로벌 응용 소재 화학 기업인데요. 이러한 기업 입장에선 어떤 트렌드에 조금 더 주목하면 좋을까요?

앞으로 소비자들의 기후 감수성이 점차 높아질 거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후위기가 피부에 와닿는 위험으로 인식되면서, 소비자들의 소비생활과 소비 기준도 차츰 변화하고 있는데요. 일례로 올겨울, 수도권 지역에는 100년 만의 폭설이 내려 모두의 일상이 잠깐 멈추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잦아지자, 각 산업에서도 소비자의 기후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상품이나 기술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나노 쿨링 필름’ 기술이 인기를 끄는가 하면, 창호 업계에서도 에너지를 절약하는 ‘고단열 창호’를 선호하는 현상이 강해지고 있지요. 현존하는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소비자의 기후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는 상품이 더욱 필요한 시점입니다.

Q 특히 KCC는 AI나 디지털 트랜드포메이션 등 변화하는 미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하는 마음이 큰데요. 이와 관련한 트렌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토핑 경제를 소개합니다. 상품의 본질만큼이나 이 상품이 얼마나 나에게 적합한지와 같은 ‘추가적이고 부수적인’ 요소가 더욱 주목받으며 새로운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는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건설업계에서도 최근 첨단 기술을 활용하여 ‘가변형 아파트’와 같은 커스터마이징 아파트를 구현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가족구성원 수나 생활패턴의 변화에 맞추어 공간을 쉽게 변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요. 머지않아 소비자의 니즈에 맞게 다양하게 변형할 수 있는 맞춤형 주거 공간의 시대가 도래하지 않을까 감히 상상해 봅니다.

<트렌드 코리아> 소비트렌드분석센터 한다혜 연구위원(소비자학과 박사)을 집무실에서 만났다.

Q KCC의 구성원들은 직장인인 동시에 소비자이기도 한데요. 직장인으로서 또는 소비자로서 구성원 개인이 주목할 만한 트렌드를 소개해 주세요.

나의 강점을 찾고 성장시키는 원포인트업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평범한 일상이 중요해지는 ‘아보하’ 시대에, 우리 개인은 어떻게 성장해야 할까요? 최근 자기계발과 성장의 패러다임에도 변화가 포착되는데요. 지금 도달가능한 한 가지 목표를 세워 집중함으로써 ‘나다움’을 잃지 않으려는 성장 방식이 부상합니다. 원포인트업에서 가장 중시되는 두 가지 질문은 ‘단기간에 도달가능한 목표인가?’ 그리고 ‘나다운 성장인가?’입니다. “누구나 잘 하는 것이 분명히 있다. 그 잘하는 것을 조금 더 잘하면 되는 것이다.”라는 펭수의 말처럼, 나의 강점을 조금씩 성장시키는 원포인트업에 주목해보면 어떨까요?

Q 마지막으로 KCC 구성원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트렌드를 안다는 것은 나에 대한 이해이자 세상에 대한 이해인 것 같습니다. 요즘엔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내가 살고 싶은 삶의 방식은 무엇인지 등 나에게 집중하는 분들이 크게 늘고 있지요. 자기 자신에게 조금 더 집중하면서 여러분들이 원하는 삶의 모습들로 가득 채워 나가는 2025년이 되시길 응원합니다!

한다혜 박사

* 학력
- 현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 삼성/LG/SK 등 기업 대상 소비트렌드 기반 미래전략연구 수행
- 한국 콘텐츠진흥원 콘텐츠트렌드 자문
- 서울시청 스포츠 소비 트렌드 자문

* 경력
과학 소설을 시작으로 역사, 추리, 괴담, 환경문제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들과 활발한 방송 활동으로 대중에게 친숙한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그래서 우리는 달에 간다>, <괴물 과학 안내서> 등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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