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이 땅을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서 빌려온 것이다.” – 아메리카 원주민 속담
기후 변화, 아니 기후 ‘위기’의 시대다. 더 이상 ‘변화’라는 말로는 지금의 급격한 온도 상승, 해양 생태계 파괴, 이상기후 현상을 설명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 속에서 환경 정책과 기후 행동은 더 이상 특정 전문가들의 논의 대상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기후 위기에 직면한 ‘기후 시민’이기 때문이다.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기후 및 환경 정책을 연구하는 윤순진 교수와 함께 기후 시민으로서의 역할과 기업의 ESG 경영이 가져올 변화를 짚어본다.
Q. 환경을 연구하는 학자의 입장에서 요즘 가장 큰 환경 문제는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제가 보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기후 위기>입니다. 단순히 지구 온난화로 인해 여름이 조금 더 더워졌다거나, 겨울이 추워졌다는 정도가 아니라, 이미 지구 자체의 온도가 임계점을 넘어 회복이 어려운 상태로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보고서와 유럽연합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C3S) 등에 따르면 2023년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45~1.48℃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폭염·홍수·산불 같은 극단적 기후 현상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상승폭이 1.5℃를 초과하면 기후의 변화는 물론 생태계가 붕괴해서 인류의 생존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현재의 상황을 ‘기후 변화’라고 하지 않고 훨씬 더 강력한 언어인 ‘기후 위기’라는 표현을 사용해야 할 때입니다.
Q. 방송이나 강연 등을 통해 기후 위기에 대처하는 방법 중 기후 시민이란 용어를 사용하셨어요. 기후 시민이란 정확히 어떤 개념인가요?
기후 시민은 기후 위기의 원인과 영향을 이해하고, 일상 속에서 기후 행동을 실천하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텀블러 사용, 실내 적정 온도 유지, 대중교통 이용 등의 작은 실천부터 정책과 경제,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적극적인 행동으로 확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기후 시민이 되기 위해 일상 속 실천, 정치적 참여, 경제적 선택, 시민 단체 활동이라는 네 가지 핵심 요소를 강조합니다.
개인의 생활 습관을 바꾸는 것이 기본입니다. 작은 변화들이 쌓이면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육류 소비를 줄이고 식물 기반 식단을 늘리는 것은 탄소 배출을 줄이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개별적인 노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책과 제도적 변화가 필수적입니다. 이를 위해 유권자로서 기후 정책을 실현할 정치인을 선출하고, 정부와 기업에 기후 대응 강화를 요구하는 활동도 중요합니다. 실생활에서 기후 관련 법안과 공약을 검토하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 기후 시민의 역할이죠.
경제적 선택 또한 중요한 기후 행동입니다. 소비자는 자신이 구매하는 제품과 서비스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고, 친환경 제품과 지속 가능한 기업을 선택하는 경제적 투표를 해야 합니다. 전기차나 재생에너지 기반 상품을 구매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을 지지함으로써 시장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기후 시민으로서의 실천을 더욱 확장하려면 환경 단체와 시민 조직의 활동에 동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기후 단체에 가입하거나 후원하고, 캠페인이나 정책 제안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기후 행동을 더욱 효과적으로 확산시키는 방법입니다. 기후 위기는 이제 모두의 문제이며, 개개인의 행동이 결국 사회 전체의 변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Q. 기후 위기의 시대, ESG 경영과 RE100(Renewable Energy 100%) 등의 정책은 왜 중요한가요?
ESG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들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고,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등의 노력을 합니다. 또한 기업들이 ESG 경영을 강화하면 재활용 가능 제품 개발, 폐기물 감축, 내재 탄소(Embodied Carbon) 저감 등의 목표를 설정하게 됩니다. 이런 과정으로도 ESG 경영은 환경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죠. 세계적 투자자들은 이미 ESG 경영이 없는 기업에는 투자를 줄이고 있으며, EU는 지속가능성 지침을 통해 환경을 고려한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정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100% 사용(RE100)이나 ESG 경영을 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 면에서 KCC처럼 지속적으로 ESG 경영에 관심을 기울이는 일은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최근 기업들이 ESG 경영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실질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서, 특히 KCC 같은 제조업 기반 기업은 어떤 접근이 필요할까요?
기업들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이 실질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인 전략이 필요합니다. 특히 제조업 기반 기업은 본질적으로 에너지 집약적이고, 생산 과정에서 다량의 탄소 배출과 자원 소비가 발생하기 때문에 진정성 있는 ESG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KCC가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는 탄소 배출 감축과 에너지 전환입니다. 제조업 특성상 공정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에, 단순한 규제 대응을 넘어 재생에너지 도입 확대와 에너지 효율화를 적극 추진해야 합니다. 또한, 친환경 제품 개발과 순환경제 모델 도입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최근 소비자와 기업 고객들은 지속 가능한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이에 맞춰 저탄소 및 재활용 가능 제품 개발에 집중해 설계 단계부터 재활용이 쉬운 제품을 생산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제품 사용 후에도 회수 및 재가공이 가능하도록 체계를 구축해 자원 활용을 극대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ESG 관리를 공급망 전반으로 확대하고 투명성을 강화해 지속 가능한 가치 사슬을 구축하는 것도 필수적입니다. 제조업 기반 기업은 대체로 원자재 조달부터 최종 제품 생산까지 복잡한 공급망을 운영하고 있어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사회적 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ESG 경영이 실효성을 갖기 어렵습니다. 블록체인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추적 시스템을 도입하면, 원자재 조달부터 생산까지 모든 과정이 보다 투명하게 관리됩니다. 이처럼 환경적·사회적 리스크를 사전에 예방하고, 보다 체계적으로 ESG 성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ESG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최근 투자자, 고객, 규제 기관 모두 기업의 ESG 성과를 면밀히 살펴보고 있습니다.


Q. ESG 경영을 강화했을 때 기업이 얻는 이익도 분명할 것 같습니다.
ESG 경영을 강화하면 국내뿐 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KCC의 경우 친환경 건축 자재에 대한 수요가 높은 유럽과 북미 시장을 사로잡을 수 있죠. 유럽과 북미시장은 엄격한 환경 규제에 부합하는 제품을 보유하는 것이 필수적이거든요. 시장의 요구에 따라 친환경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ESG 경영을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삼으면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KCC가 단순한 제품 제조업체를 넘어, 지속 가능한 건축 솔루션을 제공하는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금이야 말로 적극적이고 과감한 ESG 경영 혁신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탄소 배출 저감, 순환경제 모델 도입, ESG 관리 강화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지속 가능한 건축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면 KCC는 단순한 제품 제조업체를 넘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이끄는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할 수 있습니다.”

Q. KCC는 건축 자재와 도료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동하는 기업입니다. 친환경 건축 자재와 지속 가능한 기술이 기후 위기 대응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건축 분야는 전 세계 에너지 소비와 탄소 배출의 약 40%를 차지합니다. KCC같은 기업이 기후위기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려면 건축 자재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내재 탄소)과 건물 운영 중 사용되는 에너지를 줄이는 것이 핵심입니다. KCC는 건축 자재와 도료 분야에서 친환경 혁신을 선도하며 지속 가능한 건축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기후 위기 대응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고성능 단열재와 저탄소 페인트를 통해 건물의 에너지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제품의 순환경제 모델을 구축함으로써 자원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결국 KCC가 환경 친화적인 제품을 개발하고 확산하기 위해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탄소 배출 저감, 순환경제 모델 도입, ESG 관리 강화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지속 가능한 건축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면 이를 통해 KCC는 단순한 제품 제조업체를 넘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이끄는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할 수 있습니다.
Q. 교수님이 기업 강연을 할 때 담당자들에게 강조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각 나라별로 정치적인 현실 등에 의해 환경 정책이 바뀌기도 하지만 중요한 건 장기적인 흐름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ESG를 중심에 두지 않으면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재무 성과조차 보장받기 어려운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은 단기적인 정책 변화에 흔들리기보다, 탄소 중립을 향한 ‘거대한 전환(Great Transformation)’에 대비해야 합니다. ESG 경영은 단순한 규제 대응이 아니라 기업 경쟁력을 결정짓는 요소가 되었습니다. 특히 CEO를 비롯한 경영진이 ESG를 핵심 전략으로 인식하고, 지속 가능한 경영을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Q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기후 위기는 모두의 문제입니다. 변화를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행동할 때 사회도 바뀔 수 있습니다. 기후 시민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들이 모이면 결국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기후 위기의 시대. 미래를 위해서라도 환경을 위한 행동을 실천 해야겠습니다.
기후 위기에 사회 변화를 기대하며 기후 시민으로서 행동을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이듭니다.
기후 시민이라는 표현이 인상적입니다. 유익한 기사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