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에 환경을 더한 ‘지속 가능한 건축’
자연 보호가 시대의 화두로 자리 잡은 가운데, 생태건축에 대한 관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생태건축은 말 그대로 자연의 작동 방식에 순응하는 친환경 건축이다. 과거 돌‧나무‧흙으로 만든 집이 제 기능을 다한 뒤 자연으로 되돌아간 것처럼, 생태건축도 쓰임이 다한 뒤 지구의 일부로 환원되는 건축을 지향한다. 그렇다고 해서 옛날처럼 초막집을 짓고 살 수는 없는 일. 오늘날의 거대해진 건축 수요에 따라 사람들의 편의성을 고려하면서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는 재료와 공법을 개발하는 것이 생태건축의 핵심이다.

사람에게 이롭고 자연의 섭리를 따르는 건축. 김현수 단장은 30년 넘게 줄곧 이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힘써 왔다. 독일에서 생태건축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1994년 귀국한 김현수 단장은 그해 곧바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입사했다. 이후 지속적으로 생태도시와 생태건축에 대해 연구했으며 2018년 생태건축연구단 출범과 함께 단장으로 부임, 지금껏 생태건축 관련 연구 개발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생태건축은 ‘지속 가능한 건축’의 한 방법입니다. 그러자면 건축자재부터 친환경적으로 바뀌어야 하는데요. 이를 위해 생태건축연구단은 각 자재가 얼마나 환경에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생태건축자재평가기법을 개발했습니다. 저희가 운영하는 ‘인간과 건축환경 그리고 생태계 온라인 플랫폼(www.ecobuilding.co.kr)’에 접속하면 건축자재의 자가 환경영향 평가를 진행할 수 있는데요. 생태건축자재평가기법이 앞으로의 개발될 자재의 기준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합니다. 지속 가능한 건축은 바로 여기에서부터 출발하니까요.”

공존 가능성을 증명한 친환경 공법
생태건축에 걸맞은 공법을 개발하는 일도 건축자재의 친환경성 강화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다. 이에 김현수 단장과 생태건축연구단은 2020년 한국형 생태건축시스템을 개발, 작년 서울시 노원구 원터근린공원 내 도서관인 원터어울마루를 짓는 실증사업을 진행했다. 국내 최초로 100% 국산 목재를 활용해 기둥과 벽을 세움으로써 수입 목재 이송 시 배출되는 탄소를 절감했다. 기초공사에 쓰이는 시멘트는 제조 과정 중 탄소 배출을 일반 시멘트 대비 94% 줄인 에코 시멘트를 사용했다. 제철소에서 철강을 생산하고 남은 무기질 부산물을 활용해 일반 시멘트와 동일한 성능을 구현하는 친환경 배합을 직접 개발, 건축물에 적용한 것이다.

한편 기존의 화학 단열재 대신 나무로 만든 목섬유 단열재를 사용했으며, 바닥면의 단열도 무기질 폐유리를 활용해 만든 폼글라스를 활용했다. 환기와 채광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도록 지붕에 천창을 만들었고, 공기 정화와 항균 성능을 모두 지닌 벽면녹화시스템을 통해 실내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더욱 건강하게 일상을 영위할 수 있도록 신경 썼다.
“일반적으로 실외에 사용되는 목재데크는 합성목재라 불리는 목재플라스틱복합체(Wood Plastic Composites)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나무 가루와 플라스틱 가루를 섞어서 만든 건축자재죠. 그러다 보니 장기적으로 볼 때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데요. 저희는 원터어울마루에 나무와 천연수지만으로 만든 목재데크인 가칭 ‘바이오닉 우드(Bionic Wood)’를 개발해 적용했습니다. 덕분에 건축물의 전체적인 친환경성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었습니다.”
탄소중립을 넘어 모든 환경을 지키는 건축
생태건축연구단은 한국형 생태건축시스템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탄소를 배출한 만큼 다시 흡수해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건물(Net Zero Carbon Building)을 경남 진주시에 구현하는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건축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량을 최소화하고 건물 내에서 친환경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에 힘을 보태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지어진 건축물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제로 수준으로 줄이는 데 주력해 왔지만,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면 건축물이 지어질 때부터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합니다. 더불어 신재생 에너지를 통해 건축물이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고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면 전기 생산 및 송전 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도 줄일 수 있죠. 저희가 현재 진주에서 진행하고 있는 시범사업은 그 첫걸음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생태건축연구단이 개발한 생태건축자재평가기법에는 탄소 배출과 함께 생체독성‧부영양화‧토지영향 등 총 16개 환경영향 항목이 포함돼 있다. 이는 건축자재의 수출 시에도 적용되는 국제적 가이드라인이다. 그렇기에 김현수 단장은 탄소 배출 위주의 환경영향평가에서 벗어나, 모든 항목에 부합하는 건축자재가 개발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는 KCC를 포함한 어떤 기업과도 손을 맞잡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다.
“생태건축연구단의 문은 활짝 열려 있습니다. 그러니 친환경 건축자재 개발 시 협력이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웃음)”
김현수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생태건축연구단장
독일에서 생태건축 박사 학위를 취득한 국내 2호 생태건축학자다. 귀국 직후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입사, 줄곧 생태도시 및 생태건축에 대해 연구해 왔다. 생태건축연구단장으로서 2020년 한국형 생태건축시스템을 개발에 앞장섰으며, 작년 실증사업을 마무리했다. 현재 경남 진주 가호동복지센터 별관 ‘돌봄꽃집’에 탄소중립건물을 구현하는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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