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의 연구실] 2차전지 기술의 2막을 활짝 열다

2차전지 혁신의 밑바탕을 마련하다

우리는 전선 없이도 수많은 전자기기를 사용한다. 전기 에너지의 충·방전이 자유로운 2차전지 덕분이다. 전 세계가 석유 시대에서 전기 시대로 넘어가면서, 2차전지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가깝게는 스마트폰에서부터 멀게는 차세대 에너지저장시스템(ESS)까지, 이제는 2차전지가 쓰이지 않는 분야를 찾기 힘들 정도다. 이에 따라 보다 높은 효율성과 경제성을 갖춘 2차전지를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선진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최근 ‘배터리 강국’으로 떠오른 우리나라에서도 2차전지에 대한 연구 개발이 폭넓게 진행되고 있는데, 전기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정부 출연 연구기관인 한국전기연구원이 그 중심에서 활약하고 있다. 2013년부터 한국전기연구원에서 일하고 있는 박준우 책임연구원은 차세대 전지 개발을 중점적으로 수행하는 차세대전지연구센터의 차세대전지개발팀을 이끌며 2차전지 신기술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요즘 가장 많이 쓰이는 2차전지인 리튬이온전지는 가연성의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고 있기에 온도 변화, 외부 충격 등에 의한 화재 및 폭발 위험이 있습니다. 저는 고체 전해질을 활용해 이러한 위험이 없고 형태 변화가 한층 자유로운 전고체전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한편 리튬이온전지는 니켈, 코발트처럼 값비싼 희토류를 양극재로 활용하는데요. 희토류 대신 자원이 풍부하고 저렴한 황을 양극재로 사용하는 리튬황전지 기술도 개발 중입니다. 아울러 2차전지 인프라 구축사업의 실무와 잠수함용 전지의 시험 안전성 검증 업무도 병행하며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차세대 2차전지의 상용화를 앞당긴 신기술

박준우 책임연구원은 일본 유학 시절 리튬황전지의 전해질에 대해 연구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전기연구원에서 의미 깊은 성과를 여럿 만들어 냈다. 먼저 지난 2020년에는 차세대 전지로 손꼽히는 전고체전지를 저렴하게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반 기술을 개발했다. 전고체전지의 핵심인 고체 전해질은 건식 합성법과 습식 합성법으로 제조할 수 있다. 건식으로 만들어진 고체 전해질은 높은 이온 전도도를 가지지만 제조 과정이 복잡하고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어 생산성이 낮다. 습식의 경우 공정이 간단하고 많은 양의 고체 전해질을 만들 수 있지만 이온 전도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저희는 특수 습식 합성법을 개발했습니다. 저희가 만든 최적의 합성첨가제를 습식 합성 공정에 투입함으로써 이온 전도도가 높은 고체 전해질을 대량 생산할 수 있도록 했죠. 한 발 더 나아가, 이 공정을 활용하면 저렴한 저순도의 원료를 사용하더라도 높은 이온 전도도를 가진 고체 전해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제조 비용을 1/10로 줄이면서도 생산량은 건식 합성 대비 10배가량 늘릴 수 있는 획기적인 고체 전해질 제조법입니다.”

올 4월에는 리튬황전지 성능 저하의 주요 원인이었던 황화리튬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황은 리튬황전지의 양극재인데, 기존의 리튬황전지는 충·방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황화리튬이 전해질을 통해 음극 쪽으로 이동했기에 전지의 성능과 수명이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박준우 책임연구원은 황화리튬을 활성탄과 인(P)으로 잡아 양극에 머물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황의 손실을 없앴으며, 이를 통해 리튬황전지의 성능과 수명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뜨거운 신념으로 만들어 가는 ‘모두의 발전’

박준우 책임연구원은 우리나라의 2차전지 기술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결심을 세우고 높은 연봉을 보장한 다수의 대기업 대신 한국전기연구원을 택했다. 이러한 신념으로 연구 개발에 매진해 왔기 때문일까. 그는 자신이 개발한 기술이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이전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재작년 개발한 전고체전지의 특수 습식 합성법은 우리나라 모 기업에 성공적으로 이전된 뒤 상용화를 향해 달려 나가고 있습니다. 리튬황전지 관련 기술도 작년 한 차례 이전이 이뤄졌고, 현재 추가적인 기술 이전을 협의하고 있죠. 논문이나 특허를 넘어 차세대 2차전지의 실질적인 상용화에 일조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커다란 자부심을 느끼며, 제 노력이 대한민국 2차전지 산업의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2차전지 산업의 응용 분야는 우리나라가 선두권을 달리고 있지만, 기초 학문 분야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 박준우 책임연구원은 기초 학문 분야의 선진국인 일본의 사례에서 이 문제의 해답을 찾는다. 일본에서는 민관 합동 연구과제가 많은데, 정부와 기업 모두 지속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으며 그 결과물을 모두에게 이익이 되도록 공평하게 공유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기업이 기술의 특허권을 소유하려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크며, 이는 자칫 상생 발전의 방해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와 동시에 소재 화학 부문에 대한 연구 개발도 보다 활발해져야 합니다. KCC를 포함한 우리나라 응용소재화학 기업들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산학연이 힘을 합쳐 차세대 2차전지에 들어가는 핵심 소재가 개발된다면 충분히 동반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도 우리나라가 2차전지 산업의 선두 자리에 오를 때까지 쉼 없이 연구에 매달리겠습니다.”

박준우 한국전기연구원 차세대전지연구센터 차세대전지개발팀 책임연구원

일본 문무성 국비장학생으로 연구생, 석사, 박사 과정을 마친 뒤 2013년부터 한국전기연구원에서 일하고 있다. 차세대전지개발팀장으로서 전고체전지와 리튬황전지의 상용화를 위한 연구 개발에 매진하는 중. 앞으로도 우리나라와 국내 기업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차세대 2차전지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댓글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