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의 연구실] 친환경 나노 기술로 지키는 깨끗한 바다

세계적 학술지에 식충식물이 실린 이유

지난 5월, 세계적 과학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표지에 식충식물인 네펜데스의 사진이 실렸다. 네펜데스는 소화액이 고여 있는 항아리 모양의 포충낭 안에 빠진 곤충을 분해시켜 양분을 얻는다. 결국 네펜데스가 원활하게 성장하려면 더 많은 곤충을 포충낭에 빠트려야 하는데, 이 식충식물은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포충낭 입구 쪽에 친수성(물과 친화력이 강한 성질)이 강한 섬모를 배치했다. 기후가 건조할 때는 곤충들이 섬모 위를 곧잘 걸어 다니지만, 습도가 높거나 비가 오는 날에는 여지없이 포충낭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물을 가득 머금은 섬모가 포충낭 입구 표면에 미끄러운 물 윤활층을 만들기 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극한소재연구센터 문명운 책임연구원 연구팀과 고려대 기계공학과 정석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네펜데스의 섬모 구조를 모사한 나노 섬모 구조와 그 효용성에 대한 논문을 <어드밴스드 사이언스>에 공동 발표했으며, 나아가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네펜데스가 이 학술지의 5월호 표지에 등장하게 된 배경이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문명운 책임연구원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입사 직후인 2007년부터 발수성 및 친수성 소재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러던 중 지난 2014년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물 윤활층을 효과적으로 만든 뒤 물 위의 기름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나노 기름 뜰채를 개발했으며, 이를 계기로 기름 유출에 의한 해양 오염 확산을 더욱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기름 뜰채 개발 연구를 꾸준히 이어 왔다. 이번 표지 논문 선정이 문명운 책임연구원에게 더욱 큰 의미를 갖는 이유다.

나노 기름 뜰채에 더한 친환경성

기름 유출 사고 발생 시 일반적으로 기름 제거에 활용되는 흡착포는 제거 효율이 낮은 데다가 사용 후 묻거나 태워야 하는 일회용 제품이다. 기름이 광범위하게 유출돼 흡착포로 제거하기 힘들 때는 불을 붙여서 태우는 방식으로 기름을 제거하는데, 이는 해양 오염뿐 아니라 대기 오염도 일으킨다. 환경 오염을 막으려는 시도가 또 다른 환경 오염을 일으키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3D 프린팅 기술로 기름 뜰채를 만든 문명운 책임연구원은 이러한 상황을 지켜보며 여러 번 사용이 가능한 친환경 소재로 기름 뜰채를 만들어야겠다는 구상을 했다. 여러 가지 소재를 활용해 연구한 끝에 식물에서 추출할 수 있는 친수성 강한 소재인 셀룰로오스를 활용하기로 했다.

“셀룰로오스 소재는 쉽게 말해 레이온(인견), 모시 소재입니다. 식물에서 유래한 친환경 소재인 데다가 친수성이 강해 물 윤활층이 잘 쟁긴다는 장점이 있죠. 하지만 그 자체만으로는 기름 제거에 적합한 두께의 물 윤활층을 생성할 수 없습니다. 만약 소재 표면에 기름이 묻으면 다음에 재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여러 번 사용 가능한 친환경 기름 뜰채’라는 목표를 이룰 수 없고, 이를 막으려면 물 윤활층의 두께를 더욱 두텁게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반도체 표면을 가공하는 기술인 산소 플라즈마 공법을 활용해 네펜데스 섬모를 모사한 나노 섬모 구조를 셀룰로오스 소재 표면에 적용함으로써 원하는 두께의 물 윤활층을 형성시킬 수 있었고, 저희가 원하는 다회용 친환경 기름 뜰채를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사람과 자연을 이롭게 하는 연구를 꿈꾸다

문명운 책임연구원이 개발한 친환경 소재 나노 기름 뜰채는 국제해사기구(IMO)가 대기 오염을 막기 위해 2020년부터 황 함량이 0.5% 이하인 저유황유를 선박 연료유로 사용하도록 규제하면서 더욱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저유황유가 바다에 유출되면 기름의 점도가 매우 높아져 고형화되는데, 기존의 흡착포나 기름 회수 장비로는 고점도의 저유황유를 제거하기가 어려웠다. 반면 나노 기름 뜰채는 고형화된 저유황유를 그대로 떠낼 수 있으며, 물 윤활층으로 인해 뜰채 표면에 저유황유가 묻지도 않으므로 제거 효율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문명운 책임연구원은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대량의 저유황유 유출 사고가 발생했을 때 고독성의 연료유에 다가가지 않고도 효과적으로 기름을 제거하는 무인 자동 유수 분리 장비 연구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도 제가 속한 극한소재연구센터에서는 일반적인 범주를 넘어서는 극한 환경 속에서도 정상적으로 작동 가능한 친환경 소재를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셀룰로오스 소재를 이용한 고강도, 고전도성의 신개념 소재 개발 연구가 대표적이죠. 저도 극한소재연구센터와 함께 사람과 자연을 모두 보호할 수 있는 친환경 소재 및 기술 개발에 힘을 쏟을 계획입니다!”

문명운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극한소재연구센터 책임연구원

발수성과 친수성이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기능성과 내구성을 모두 갖춘 친환경 소재 및 기술에 대해 연구한다. 2020년 9월 극한 환경에서도 문제없이 작동 가능한 소재를 개발하는 극한소재연구센터 개소를 주도했으며, 2년여간 센터장으로 활동한 뒤 책임연구원으로 돌아와 각종 재난과 환경오염으로부터 사람과 자연을 지킬 수 있는 신소재 개발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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