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결] 오늘부터 건축 목표는, 리사이클

유엔 환경 계획에 따르면, 급격한 도시화로 일주일에 프랑스 파리 면적(105km², 서울의 약 1/6) 규모의 도시가 새로 지어지고 있다고 한다. 도로가 놓이고, 건물이 지어지고, 도시가 형성되는 과정을 거쳐 탄생하는 문명사회는 인류가 낳은 가장 위대한 창조물이며, 걸작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도시 건축물을 만들기 위한 자원은 어디서부터 오는 걸까? 온실가스 증가로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이 1.5℃를 넘어가는 요즘, 우리는 어떻게 건축물의 환경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까?

하나의 건물을 짓기 위해선 토지를 개간하고 도로를 설치하는 것을 시작으로, 지구로부터 많은 자원을 채굴하고, 가공하고, 다시 현장으로 운반해야 한다. 그리고 운반된 자재는 현장에서 재가공하고 설치한다. 시간이 흘러 20년에 한 번씩 내외장재 리모델링을 진행하고, 50년이 지나면 건물은 철거되고 폐기된다. 이러한 건물의 생애주기를 통해 우리는 ‘라이프 사이클 씽킹’이라는 사고방식을 얻을 수 있다. 바로 건축의 목표를 준공과 철거에 두지 않고, 언젠가 다시 재활용할 수 있는 거대한 ‘중간 자원’의 하나로 보는 사고방식말이다.

메콩강 삼각주, 벽돌 생산 지역에 벽돌과 도자기를 굽는 거대한 전동 가마들이 집집마다 솟아있는 모습

메콩강 삼각주의 베트남, 캄보디아 지역은 오래된 벽돌과 도자기 생산공장들이 집결해 있다. 이 지역 벽돌들은 전 세계로 수출되지만, 놀랍게도 생산자 중심으로 집계되는 글로벌 탄소배출량엔 포함되지 않는다. 만약 이 수치를 산정한다면, 벽돌 건조 환경에 사용되는 에너지만으로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39%를 차지할 것이란 주장도 있다. 그래서 재활용 소재를 활용한 벽돌은 탄소배출을 줄이는 좋은 대책으로, 과거부터 가장 활발히 연구되는 자제다. 현재는 플라스틱, 유리, 시멘트 등을 반죽 재료로 사용하거나, 재활용 첨가제를 활용해 에너지 사용을 감소시킬 수도 있다. 플라스틱 폐기물을 폴리머 골재로 변환해 가볍지만, 내구성은 뛰어난 벽돌 제작 또한 가능해졌다.

목재 생산이 많은 인도네시아에선 재활용 합성 목재를 활용해 산림자원 보호와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가 하면, 국내에선 암석 기반 자재의 재활용이 눈에 띈다. 건설자재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자원은 단연 시멘트 원료인 석회석과 외장재인 석고보드에 사용되는 인광석이다. 그중에서 인광석을 활용한 ‘인산부산석고’는 라돈, 우라늄 등의 방사성 물질이 발생해 환경오염은 물론 인체에도 악영향을 미쳐왔다. 그래서 KCC 석고보드 제품의 주원료이기도 한, 화력발전소 배기가스를 탈황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배연탈황석고’로 대부분 교체되고 있다. 배연탄황석고 자체도 재활용 원료인데, 석고보드로 가공 후에도 다시 재활용이 가능해 환경친화적이고, 인산부산석고보다 월등히 안전해 훌륭한 대체품으로 각광받는다. 석고보드는 불에 강하고 목재의 내화구조 형성에 필수적이기 때문에 친환경 목구조 건물이 활성화될수록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건물 철거 후, 쌓여있는 콘크리트와 석고보드 등의 폐자재들

건물을 건설하는 데 사용되는 자원을 무게 중심으로 나열하면, 85~88%가 콘크리트(시멘트)로 구성되고, 4.5%가 철, 벽돌 및 블럭류가5~6%, 유리가 0.5%, 플라스틱은 소량으로 구성된다. 이 중 콘크리트, 철 그리고 블럭류는 100% 재활용되고, 플라스틱은 52%가 재활용된다. 수치로만 보면 건물의 92~95%는 알뜰히 재활용되어, 라이프 사이클 씽킹 사고 방식을 따르고 있는 것만 같다. 하지만, 재활용되는 콘크리트의 대부분은 다시 콘크리트가 되지 못한 체, 대부분 토목공사의 잡석으로 사용된다. 충분히 콘크리트로 재활용 가능한데도 말이다.

그렇다면 왜 잡석 취급만 받을까? 재생 골재에 대한 품질 확보가 어렵다는 것과 소비자 인식이 좋지 못하다는 것이 제조사들의 목소리다. ‘재활용’ 말은 좋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막상 자신이 발 딛고 사는 집의 콘크리트가 재활용이라는 사실이 꺼림직한 것이다. 거기에 잊을만하면 터지는 부실 공사 이슈까지 더해져 부정적 이미지는 더더욱 짙어질 수밖에. 이를 실무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레미콘 공급망에 대한 철저한 관리와 함께 *디지털 제품 여권과 같은 기술, 제도 접목을 통한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 앞으론 IT기술이 건설과 만나, 친환경적인 건설 생태계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 기대된다. 이를 통해 자제, 제품, 공급망 등에 대한 신뢰도 높은 정보 제공 환경이 만들어지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친환경 재활용 자재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서서히 개선되길 기대해 본다. 라이프 사이클 씽킹이 우리 생활 전반에 깔려, 건축되고 철거되는 모든 자재가 올바른 방향으로 순환되는 그날까지 서서히 그리고 반듯이 말이다.

* 디지털 제품 여권(DDP. Digital product Passport): 제품의 생애주기 정보를 전자적으로 수집·저장하고, 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제도

정호건 건축가

경제성 있는 친환경 건축의 확산을 목표로 기후테크 스타트업 제스트(주)를 설립, 운영 중에 있다. ‘빛솔마루집’으로 굿디자인어워드(’21) 및 IF Design Award (’21)를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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